[딜로이트 글로벌 경제 리뷰] 미국 테크 부문 대량 해고의 실상…근로자 종류가 바뀌고 있다
최근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 기술 기업)들의 정리 해고 소식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테크 근로자들이 난데없이 추풍낙엽이 된 것 같은 위기의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게다가 눈부신 성장을 자랑하던 빅테크들의 대량 해고 소식에 미국 경제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부문 곳곳에서 해고와 사퇴는 항시 발생하는 것이고, 테크 부문 사태의 경우 전체 동향과 비교하면 일반의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다.
언론 보도는 빅테크의 대량 해고에만 집중돼 있다. 하지만 테크 근로자들은 다양한 형태로 경제 부문 곳곳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사태만으로는 테크 근로자에 대한 전체 수요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최근 대량 해고 사태에도 불구하고, 테크 직종 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다. 또한 빅테크의 정리 해고 대상자 중 대다수가 테크 근로자들이었으나, 미국 전체 근로자 수와 비교하면 많지 않다.
‘테크 근로자’ 정의부터 다시 보자
흔히 사용되는 ‘테크 근로자’와 ‘테크 부문’은 미국 연방정부가 공식 집계하는 직종 및 고용 데이터에 딱히 들어맞는 항목이 없다. 다만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직종별 고용 및 임금 통계’에서 분류한 6개 직종을 바탕으로 한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테크 근로자의 약 80%는 컴퓨터 및 수리과학 직종에 포함된다. 이 직종은 고용 증가세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 둔화하기는 했으나, 2021년 중순부터 동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후 증가세는 빅테크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한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해고 규모는 각 기업으로서는 대량이었지만, 컴퓨터 및 수리과학 부문 테크 총근로자 수(650만 명)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통상 테크 부문으로 간주하는 기업은 첨단기술이 생산 프로세스에 얼마나 밀접하게 통합돼 있는지를 기준으로 정의되는데, 실상 한 군데 이상의 위치에서 운영되는 기업은 모두 테크 부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고용 서베이는 ‘사업체 조사’와 ‘가계 조사’에 의거하는데, BLS는 사업체를 기업 단위가 아니라 ‘통상 한 군데의 물리적 위치에서 한 가지 생산 활동을 통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경제 단위’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물류창고 등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각기 다른 생산 활동을 하는 사업체는 첨단기술을 응용하는 모든 산업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테크 부문을 구성하는 산업군을 정의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산업별 테크 근로자의 분포도는 파악할 수 있다.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테크 종사자 비중이 큰 3대 테크-헤비(tech-heavy) 산업으로 △전문 및 비즈니스 서비스 △금융 및 보험 △정보 서비스 산업이 꼽혔다. 일반적으로 테크 부문이라고 간주하는 범위보다 훨씬 넓은 것이다.
거시적 시각에서 본 테크 부문 고용 동향
2021년 기준, 6개 직종 테크 종사자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국 노동부 월간 고용 보고서의 전체 고용 변동치와 비교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2023년 2월 말까지 1년간 신규 일자리가 매달 평균 40만3000개나 증가했음에도, 전체 일자리 수 대비로는 0.26%에 그친다. 그러니 테크 종사자가 차지하는 4%는 실제 근로자 수로 환산하면 결코 적지 않다.
또 월간 고용 변화는 순 변동치라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즉 신규 일자리 수에서 자발적(사퇴) 또는 비자발적 정리 해고(회사 운영상 이유) 및 해고(개인 귀책) 퇴사 건수를 뺀 수치다. 이러한 근저의 고용 변화는 순 변동치보다 훨씬 크다. 게다가 테크 인력 대량 해고 관련 언론 보도는 ‘정리 해고’에 무게를 두는데, 팬데믹 정점이 꺾인 후 정리 해고는 더 이상 뉴스에 등장하지 않았다.
정리 해고와 해고는 이른바 ‘코로나19 침체기’ 2개월간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이후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원격 근무를 허용하는 등 기업들이 변화에 본격 적응을 시작하자, 구인과 사퇴 건수는 증가한 반면 정리 해고 건수는 줄었다. 현재 정리 해고 건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소폭 밑돌며, 지난 12개월간 월평균 140만 건을 기록했다.
테크 부문을 어떻게 정의하든, 이 부문의 정리 해고 규모는 지난 12개월간 발생한 미국 전체 규모인 약 1700만 건에 비하면 미미하다. 또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긍정적 지표로 간주되는 사퇴 건수가 정리 해고 건수를 대폭 웃돌았고, 둘 사이 격차는 포스트 팬데믹 시기에 이르자 더욱 벌어졌다. 2023년 1월까지 12개월간 월간 사퇴 건수는 400만 건에 육박했고, 포스트 팬데믹 시기에 구인 건수가 급증했다.
‘테크-헤비’ 산업의 고용 변화 톺아보기
팬데믹 기간 전문 및 비즈니스 서비스와 정보 서비스 산업의 고용 감소율은 민간 부문 전체 고용 감소율보다 낮았으나 그래도 매우 가팔랐다. 금융 및 보험 산업 고용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후 포스트 팬데믹이 다가올수록 정보 서비스 산업 고용이 분명한 하강 곡선을 그렸다. 반면 금융 및 보험 산업 곡선은 여전히 평탄했고, 전문 및 비즈니스 서비스 곡선은 민간 산업 평균을 따랐다.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건수 대신 각 산업의 총고용 대비 구인, 사퇴, 정리 해고 비율을 살펴보자. 우선 이들 테크-헤비 산업은 팬데믹 정점 시기에도 구인 활동이 활발했다. 정보 서비스와 금융 및 보험 산업의 구인 비율은 민간 부문 전체의 평균을 대체로 추종한 한편, 전문 및 비즈니스 서비스 산업은 민간 부문 평균을 웃돌며 3대 테크-헤비 산업 중 가장 강력한 노동 수요를 보였다. 또 세 개 산업의 사퇴 비율은 민간 부문 전체와 마찬가지로 팬데믹 이전보다 이후가 높았다. 특히 포스트 팬데믹 기간 전문 및 비즈니스 서비스 산업 사퇴 비율이 약 3%로 가장 큰 폭 상승했다. 반면 금융 및 보험 산업과 정보 서비스 산업은 1.5%를 밑도는 수준으로 유지됐다.
팬데믹 기간 고용 건수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금융 및 보험 산업은 정리 해고 비율도 급등하지 않았고, 포스트 팬데믹 기간에도 큰 변동성을 보이지 않았다. 전문 및 비즈니스 서비스 산업과 정보 서비스 산업의 정리 해고 비율은 팬데믹 기간 높은 수준을 보였으나 민간 산업 전체 비율보다는 낮았다. 숙박업 및 요식업 부문의 정리 해고 비율이 2020년 3월 33.4%에 이르는 등 여타 부문에서 대량 해고가 연이어 발생한 탓이다. 전문 및 비즈니스 서비스의 정리 해고 비율은 팬데믹 이전과 이후 모두 민간 부문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정보 서비스 부문 비율은 민간 부문 평균과 비슷했다.
종합적으로 테크-헤비 산업의 데이터는 혼재된 양상을 보였다. 정보 서비스 산업의 전반적 동향은 분명 악화하고 있다. 고용이 감소하고, 구인 비율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악화했고, 사퇴 비율은 낮고, 정리 해고 비율이 상승했다. 반면 금융 및 보험 산업의 전반적 고용 동향은 안정적이다. 구인과 사퇴, 정리 해고 비율 모두 큰 변화가 없다. 전문 및 비즈니스 서비스 산업만이 고용이 계속 증가하고 구인 비율도 여전히 높다. 사퇴 비율과 정리 해고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은데, 주요 기업들이 비즈니스의 초점을 전환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론은 테크 근로자의 고용이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구인과 사퇴 비율이 둘 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경제 전반에서 테크 부문의 정리 해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것은 일자리 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종류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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