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앞두고 제주도 살인진드기 경보…“6~8월 가장 위험”

박정연 기자 2023. 5. 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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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의대 연구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전염시키는 작은소피참진드기가 흡혈한 것(왼쪽)과 흡혈하기 전 모습(오른쪽). 미국 플로리다대 제공

제주도에 서식하는 진드기 중 약 12%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SFTS를 전염시키는 참진드기의 개체수는 6~8월에 가장 많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진드기에 의한 SFTS 감염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돼 여름철 야외활동에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근화 한양대 의대 미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22일 발행된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JKMS)’ 온라인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제주도 지역 진드기의 SFTS 바이러스 감염률은 국내 다른 지역 감염률보다 2~12배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도의 진드기 개체수는 6월부터 증가해 8월에 가장 많아진다”며 더운 날씨 바깥에서 진드기에 의한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SFTS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의해 전파되는 신종 감염병이다. 국내에서는 참드기과에 속하는 작은 소피참진드기에 의해 주로 감염 사례가 발생한다. 주된 증상은 고열, 오심, 구토, 복통 설사이며 심할 경우 정신이 혼미해지는 신경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인간에 감염됐을 때 5~27%의 높은 치사율을 보이지만 효과적인 백신이나 치료제는 아직 없다. 이 때문에 일명 ‘살인 진드기’라고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제주도 지역에서 발병률이 높다. 제주도에 따르면 연도별 제주도에서 발생한 SFTS 환자는 2018년 15명, 2019년 9명, 2020년 13명, 2021년 8명, 2022년 11명이다. 매년 사망자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8년 3명, 2019년 1명, 2021년 2명, 2022년 2명 등이 진드기에 물려 감염된 SFTS로 사망했다.

제주도는 아열대 기후에 속해 진드기가 번식하기 좋은 기후 환경을 갖고 있다. 진드기 개체수가 늘면서 진드기에 물리는 사람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진드기가 전파하는 감염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제주도에서 서식하는 진드기의 SFTS 감염률을 확인하기 위해 2016년 6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이 지역에서 진드기 3457마리를 채집했다. 흰 천을 풀밭 등에 쓸어내는 방법으로 진드기를 수집했다. 

분석 결과 채집된 진드기 중 98.4%는 작은소피참진드기로 나탔다. 이 중 81.3%는 성충이 되기 전 약충 단계의 개체였다. 수집된 진드기의 SFTS 바이러스 감염률은 12.6%였다. 제주도를 제외한 국내 다른 지역의 감염률은 1~6% 사이에 분포됐다.

제주도 내 지역별로 살펴보면 선흘리가 15.4%로 진드기의 감염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애월읍 12.8%, 하도리 12.0%, 저지리 10.3%, 보목리 8.4% 순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에서 진드기는 1년 내내 채집됐지만 개체 수는 기온이 높아지는 6~8월에 가장 많았다. 연구팀은 “SFTS의 감염된 환자 사례 또한 이 시기에 가장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진드기가 옮기는 또 다른 인수공통감염병인 Q열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다. 주로 콕시넬라 브루넬리 세균에 의해 감염되는 Q열은 갑작스런 고열, 인후통, 구토, 흉통 등이 주된 증상이다. 치사율은 1~2% 정도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만성화될 위험이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Q열은 SFTS와 달리 성충이 아닌 약충 단계의 진드기에게서 전파사례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이 활발하게 발생하는 시기 또한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이었다. 연구팀은 “SFTS와 Q열은 동시에 감염될 수도 있다”며 “면역력이 약한 고위험군은 야외활동에서 진드기의 흡혈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드기 매개 질환 예방을 위해선 진드기 기피제 사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소매를 여미고 바지를 양말 안으로 집어넣으면 진드기로부터 신체를 보호할 수 있다. 풀밭에서 용변을 보지 않아야 하며 등산로를 벗어난 산길을 주의해야 한다. 이 밖에 진드기가 붙어있을 수 있는 야생동물을 경계해야 한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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