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발목 잡혀 뒷북친 전세피해지원···빨라야 두달 뒤 시행

박경훈 기자 2023. 5. 22. 17: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 소위 통과
발표안보다 지원 대상·내용 늘어
보증금 기준 3억 → 5억 이하 확대
최우선변제금 10년 무이자 대출
전세사기 가중 처벌법은 법사위 계류
여야 공방 속 피해자 고통 커져
국토위 법안소위 한달 다 돼 합의
야당 '先지원·後청구' 결국 무산
"시간 절박···후속 입법으로 보완"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 심사를 위해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정재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여야가 22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특별법은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거쳐 시행될 수 있게 됐지만 이달 1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한 달 가까이 다섯 차례 열린 소위원회에서 야당의 포퓰리즘을 둘러싼 공방으로 법안 처리가 지연돼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이달 들어 서울에서 한 전세사기 피해자가 극단 선택으로 세상을 등지면서 희생자는 네 명으로 늘어났다. 국회 본회의 통과 후 국토교통부의 시행령 제정 등의 준비 작업을 거쳐 이르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특별법 제정을 위한 협상의 최대 쟁점은 지원 대상 및 방안으로 평가된다. 여야의 공방 끝에 19일 국토부가 국토위에 보고한 방안이 이번 여야 합의 내용에 대부분 반영됐다. 우선 피해 지원 대상이 되는 보증금 기준은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 지원 방안의 ‘3억 원 이하’보다 확대돼 ‘5억 원 이하’로 명시됐다. 임대인이 집을 신탁회사에 넘긴 사실을 숨기고 계약을 진행한 ‘신탁사기’,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맺고 집주인에게는 월세 계약을 한 것으로 속여 중간에서 차액을 가로채는 ‘이중 계약’ 피해자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피해 지원 방안으로는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현시점의 최우선변제금을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최우선변제금은 세입자가 살던 집이 경·공매로 넘어갔을 때 은행 등 선순위 권리자보다 앞서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올해 2월 기준 서울은 5500만 원,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일대의 과밀억제권역과 세종·용인·화성·김포는 4800만 원, 과밀억제권역을 제외한 광역시 및 안산·광주·파주·이천·평택은 2800만 원 이하, 그 밖의 지역은 2500만 원 이하로 정해져 있다. 이번 특별법에 따르면 이러한 최우선 변제 범위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2억 4000만 원까지 1.2~2.1%의 저리 대출이 이뤄진다. 근저당 설정 시점이나 전세 계약 횟수 등에 관계없이 경·공매가 완료되는 시점의 최우선변제금만큼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소득·자산과 무관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불이행에 대해 한국자산관리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같은 공공기관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지원하는 ‘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 방안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세사기 외에 다른 사기 범죄 피해자 지원 방안과 비교해 형평성에 맞지 않고 국가 재정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최우선변제금 장기 무이자 대출로 절충안이 마련됐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정재 국토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은 “소급 적용은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만큼 최우선변제금 지원을 위해 장기 무이자 대출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대안을 대부분 수용한 이유에 대해 “마냥 시간을 끌면 피해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간의 절박성이 있었다”면서 “아쉬운 부분들은 끊임없는 점검과 후속 입법으로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법은 우선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여야는 법 시행 후 6개월마다 국토위 보고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 입법하기나 적용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가 개인 간 사적 계약이다 보니 원천적으로 사기 차단과 피해 금액에 대한 국가의 보상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며 “우선 전세사기 재발 방지 방안부터 시행하고 실행 과정에서 추가로 제기되는 문제를 보완·수정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전세사기 범죄자에 대해 가중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특정경제범죄법 개정안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계류 후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됐다. 현행법에서는 동일한 범행 방법으로 피해자가 여러 명 발생해도 각각의 피해액이 5억 원을 넘지 않으면 가중 처벌할 수 없다. 이에 이번 전세사기 사태처럼 피해자가 여러 명이고 범행 방법이 동일하거나 유사할 경우 사기로 이득을 본 금액을 합산해 5억 원을 초과하면 가중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소위에서 전세 사기 등 특정 범죄만 예외적으로 경합범 처벌 특례를 만들 경우 추후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