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챗GPT가 구글 검색을 파괴할까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3. 5. 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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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검색 시장 지키려다
파괴적 혁신 못하면
오픈AI 같은 신생업체가
생성형AI 승자 될 것

스타트업인 오픈AI가 구글보다 더 빨리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를 출시한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생성형 AI는 구글이 장악하고 있는 검색 시장을 대체할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는 질문을 받으면 곧바로 답을 내놓는 반면 검색은 링크를 나열한다. 사용자는 그 링크를 하나씩 클릭하며 답을 찾아가야 한다. 생성형 AI가 사용하기에 더 편리하다. 정확성만 개선된다면 검색보다 자주 쓰일 것이다.

오픈AI는 검색 시장 점유율이 제로다.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도 3%다. 생성형 AI가 구글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검색 시장을 파괴할 수만 있다면 쾌재를 부를 일이다. 그러니 기존 검색 시장이 사라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생성형 AI를 출시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구글 입장은 다를 수 있다. 매출의 80%가 검색에서 나온다. 이 시장의 판이 바뀌는 건 최대한 늦추고 싶을 것만 같다. AI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출시가 늦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챗GPT 열풍 뒤에야 대항마 '바드'를 내놓았다.

오픈AI와 구글 중에 누가 생성형 AI의 최종 승자가 될까. 만약 구글이 검색 시장에 집착해 이를 지키려고 한다면 나는 오픈AI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구글의 혁신은 기존 시장을 해치지 않는 틀 안으로 제약될 것이다. 검색 시장을 파괴할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도 이를 엮어서 실제 서비스로 내놓는 건 늦어질 수 있다. 노키아가 그랬다. 스마트폰을 만들 모든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애플보다 제품 출시가 늦었다. 그 결과, 애플에 시장을 완전히 빼앗겼다.

물론 생성형 AI가 검색을 대체할 것인가는 논란이 있다. 카르틱 호사나가르 미국 와튼스쿨 교수는 그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당장은 힘들 것이라고 했다. 엄청난 비용 때문이다. 현재 기술로는 생성형 AI가 구글 검색엔진과 비슷한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 거라고 한다. 그래서 호사나가르 교수는 전문 분야별로 생성형 AI가 검색 엔진을 대체할 거라고 한다. 분야별로 학습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게 바로 '파괴적 혁신'의 출발이다. 파괴적 혁신은 곧장 기존 시장을 파괴하는 게 아니다. 틈새시장을 파고든다. 저품질의 서비스로 시장의 밑바닥부터 공략한다. 그러면서 급격하게 기술 발전이 이뤄진다. 결국은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대체한다.

많은 경우 기존 시장의 거인들은 이를 간과한다. 아직은 단점이 많아 보이는 신기술에 자신들의 시장이 파괴되지 않을 거로 믿는다. 그러나 결국엔 추월당하고 만다.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테슬라에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신생업체나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판이 바뀔 때가 기회다. 선두주자가 기존 시장에 집착해 판을 바꾸는 것을 주저할 때 치고 나가야 한다. 검색엔진이 생성형 AI로 바뀌는 판이 오픈AI와 MS에는 기회다. 전기차로 판이 바뀌는 지금이 현대차가 도요타를 이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기존 강자가 자신이 장악하고 있던 기존 시장을 직접 파괴하겠다고 나서면 얘기는 달라진다. 전자책 시장의 최강자 아마존이 그런 경우다. 아마존은 원래 온라인에서 종이책을 팔던 회사였다. 그러나 2004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우연히 전자책 리더기 시연을 보게 된다. 그는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종이책 시장을 파괴하기로 결심한다. 전자책 리더기 킨들을 개발하고 종이책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전자책을 팔았다. 구글 역시 검색 시장을 직접 파괴하겠다고 결심한다면 그럴 수 있다. 구글 챗봇이 구글의 검색엔진을 대체할 수 있다. 남보다 먼저 기존 시장을 파괴하는 자가 승리할 것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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