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세운상가 공중보행교

박만원 기자(wonny@mk.co.kr) 2023. 5. 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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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 단계부터 말 많았던 세운상가 보행교 운명이 이르면 다음달 결정된다. 서울시는 종묘 앞 세운상가에서 진양상가까지 이어지는 1.4㎞ 길이 공중보행로에 대해 보행량 등 효용성을 검증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6월 말쯤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세운상가가) 지은 지 50년이 돼 콘크리트가 뚝뚝 떨어지는데 그대로 두고 공중보행로란 쇳덩어리를 만들어놨다"면서 철거 후 재개발 의지를 밝혔다.

세운상가는 1968년 지은 국내 최초 주상복합이다. 종로3가부터 퇴계로까지 세운상가를 시작으로 청계 대림 진양 등 8개 상가가 1972년까지 줄줄이 들어섰다. 1990년대까지는 전자상가가 중심이 돼 번영을 누렸고, 아파트는 한때 연예인과 고위 관료들이 입주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970년대 이미 실내 골프연습장을 갖췄다.

그러다 용산, 강변역 등에 전자상가가 새로 생기면서 세운지구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1995년부터 재개발 계획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재개발 대신 보존에 무게를 둔 도시재생을 택했다. 세운지구 상가들을 연결하는 공중보행교도 그렇게 설치됐다.

오 시장 취임 후 서울시는 다시 현대적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세운지구 지상에는 공원 등 녹지공간과 고층 빌딩을, 지하엔 상가와 주차장 등을 조성하고 지하철역과 연결해 지하 보행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세운지구의 건축사적 가치를 중시해 전면 재개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종묘에서부터 남산 자락에 이르는 경관축이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정도로 흉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보다 먼저 도심 재개발을 추진한 도쿄는 롯폰기힐스와 미드타운에 공원, 문화 공간, 초고층 빌딩, 아파트 등을 유기적으로 조성해 세계적 관광 명소로 만들었다. 서울 한가운데 입지하고 13만평에 달하는 세운지구도 서울의 새 랜드마크가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 보행교 같은 땜질 처방이 아닌 원대한 비전이 필요하다.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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