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등생 야단친 교사 아동학대 무죄, 애초에 기소할 일이었나

2023. 5. 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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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 고착화된 비정상 ③

초등학생을 야단쳤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법정에 선 교사가 21일 무죄 선고를 받았다. 해당 교사는 학생 5명에게 총 15회에 걸쳐 다소 거친 언사로 훈육했는데 학생 부모가 교사를 고소하며 형사사건으로 비화했다. 당초 검찰은 벌금과 취업 제안 약식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지만 교사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약 1년간의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수업 진행과 학생 지도를 위한 교육 활동에 무죄를 선고한 것은 당연하고 애초 검찰이 기소할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땅에 떨어진 교권을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교권 침해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최근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교 현장에서 교권은 잘 보호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교사 10중 7명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교원노조의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최근 5년간 교권 침해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는 교사는 26%에 달했다. 교육 활동 중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교사도 5%가 넘었다. 오죽하면 교원단체들이 교원 생활지도에 면책권을 부여하는 법률 개정을 국회에 요청했겠나. 학생을 학대해선 안 되겠지만 교사의 훈육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행태는 정상이 아니다. 교사와 학부모가 대화와 소통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법정으로 가져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권을 탄탄히 바로 세우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는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교사의 생활지도에 면책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씁쓸하다. 이미 교권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얘기다. 교권의 침해를 막기 위한 정부와 교사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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