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강조사항” 금융사 해외진출 지원 나선 금융당국···야당은 “부적절” 비판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 확대와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내외 금융 여건이 불확실해 금융사의 해외 사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올 초 금융산업의 글로벌화를 강조한 후 4개월 만에 금융당국의 차관급 인사가 잇따라 금융사의 해외 일정을 함께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해외 출장으로 국회 일정에 참석하지 못하자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현지에서 열린 ‘결제 인프라 구축 협약식’에 참석했다.
BC카드와 핀테크사 ‘스마트로’는 키르키스스탄 중앙은행 산하 국영결제사업자인 IPC와 공동 투자해 회사를 설립하고 현지 결제 인프라 확충 사업을 할 예정이다. 현금 결제 비중이 95% 이상이고 30세 이하 인구가 절반 이상(57%)인 반면 결제 단말기를 설치한 가맹점은 전체의 3%(1만개)에 그치는 만큼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카드사가 키르기스스탄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18일 BNK캐피탈의 키르기스스탄 현지 자회사 사무실 개소식에도 참석했다. 17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양국 핀테크업계간 양해각서(MOU) 체결식도 함께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을 방문해 금감원과 금융권이 공동으로 주최한 해외 투자설명회(IR)에 참석하고, 3개국 금융감독기구 수장을 예방했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과는 직원 상호 파견을 위한 합의 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올 하반기에도 금융권과 공동으로 해외 IR을 실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가 금융사의 해외사업 출장에 동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금감원장은 역대 두 번째 사례라고 한다. 이 원장이 현지에 진출한 금융사가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지원 활동을 했다면 김 부위원장은 향후 진출이 활발할 것으로 꼽히는 중앙아시아를 찾았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금융사의 해외진출 활성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 업무보고 및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토론회’에서 “금융위가 금융산업 육성부처가 돼 주력해달라”고 주문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무보고 및 토론회 때 소유 분산 기업 문제가 가장 부각됐지만 대통령이 금융사 진출 지원 문제도 매우 강조했다”면서 “민간기업이 해외 투자를 하러 갈 때 당국이 함께 간 일이 거의 없었는데 토론회 후 해외진출 지원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김 부위원장인 단장인 ‘금융국제화대응단’도 신설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후 정부 출범 후 금융위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이 원장도 검사 시절부터 윤 대통령과 오랜 근무연이 있다.
기업들은 금융당국의 지원을 반기는 분위기다. BC카드 관계자는 “키르기스스탄 정부에서 기업간 협약을 넘어서 한국 금융당국과의 소통을 원했다”면서 “건의를 접수한 금융국제화대응단이 다른 행사와 함께 협약식을 진행하는데 도움을 줬고 덕분에 현지 정부 관계자와도 소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협약식은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실 프레스센터에서 열렸고 알마스 이사노프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부위원장과 이 원장의 해외 출장 일정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 일정과 겹치면서 비판이 나왔다. 지난 16일 열린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 도입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대안 의결됐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을 심의할 때 부위원장이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냐”고 말했고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소위원장)도 “금융위가 법안소위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잘 반영해달라”고 말했다.
야당은 지난 11일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도 이 원장이 불참한 데 대해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반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간사)은 “금감원장은 정무위 당연 참석자가 아니고 출장계획도 훨씬 먼저 잡혀 있었다”고 반박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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