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연구끝 '콜라겐 지혈제' 국산화 성공

유주연 기자(avril419@mk.co.kr) 2023. 5. 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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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림티센 '콜라스탯' 개발 완료
美 '플로실'과 동등한 효과 확인
세계최대 의료기社 공급 계약
英·日 등 20개국 수출도 추진
올 판매액 100억원 규모 기대

국내 중소 제약사가 10여 년간 연구한 끝에 콜라겐 기술 기반 지혈제 개발에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고순도 의료용 콜라겐 추출 기술을 기반으로 다림티센이 개발한 지혈제 '콜라스탯' 얘기다. 이 제품은 수술 시 주사기로 주입해 체내 조직을 지혈하는 데 사용된다. 평균 2분 이내 지혈 효과를 내며, 출혈이 많은 심장·척추 수술에서 안전성을 입증했다.

22일 다림티센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세계 최대 의료기기 업체인 메드트로닉과 콜라스탯에 대한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영국, 뉴질랜드, 태국 등 20여 개국에 의약품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다림티센은 정종섭 다림그룹 회장이 2006년 스타트업 '리젠메드'를 인수해 키워낸 바이오 의료기기 전문 기업이다. 최근 정 회장은 매일경제와 만나 "국내 제약 기업 중 의료용 콜라겐 생산 공정을 갖춘 회사는 매우 드문 편"이라며 "콜라겐 기반 지혈제로 세계적으로 가장 인정받는 제품이 미국 박스터의 '플로실'인데 그와 동등한 지혈 효과를 갖춘 것으로 인정받아 해외 시장 수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여 년간 콜라스탯 개발에 쏟아부은 투자금만 100억원이 넘는다. 투자금은 계속 들어가는데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아 경영진의 애를 많이 태웠다.

국내 종합병원에도 콜라스탯이 공급된다. 국내 지혈제 시장은 700억원 규모다. 정 회장은 "이 중 수입 제품이 300억원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올해 콜라스탯이 150억원가량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콜라스탯 외에도 젤 타입 유착방지제인 '콜라배리어'를 개발했다. 갑상선이나 자궁강, 복강 수술 시 유착을 줄여주는 데 사용하는 제품이다. 콜라배리어는 그리스 등 유럽에 의약품 허가 등록을 완료했고 대만, 프랑스 등에서는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정 회장은 약사 출신 기업가다. 약사였던 부친의 뒤를 이어 경희대 약대에 진학한 뒤 1981년 다림그룹의 시초가 된 다림양행을 창업한 후 40여 년간 제약 업계에 몸담고 있다. 2000년에는 크로바제약을 인수·합병해 다림바이오텍을, 2006년에는 다림티센을 출범했다. 다림양행은 의료기기 판매·연구개발을 맡고 있으며, 다림바이오텍은 내분비·대사성 질환, 당뇨병 등 전문 의약품 부문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추고 있다. 다림바이오텍의 대표적인 제품이 갑상선 질환 치료제인 '씬지록신'(성분명 레보티록신나트륨수화물)이다. 이 회사는 복용 편의성에 맞춰 씬지록신 용량을 다양화하고, 어린이용 제품을 별도로 출시해 의료진의 높은 호응을 받았다. 갑상선호르몬제는 체중에 비례해 처방되기 때문에 용량을 다양화하지 않으면 알약을 쪼개 복용하는 등 분할 처방에 따른 불편이 컸기 때문이다. 어린이용 갑상선 치료제는 이익률이 낮다 보니 국내에서는 다림바이오텍을 비롯한 극히 일부 제약사만 제조하고 있다.

'돈 안 되는' 전문의약품 사업이지만 정 회장의 애착은 크다. 정 회장은 "개발책임자가 이익이 낮다고 반대를 많이 했지만, 환자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며 "어린이 갑상선 치료제는 한 달에 400만원어치가 팔리는데, 그렇다고 접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익이 더 많이 나는 제품으로 교체해 만들 수 있겠지만 환자를 생각해 결단을 내렸다"며 "의료진의 신뢰가 바탕이 돼 지금까지도 다림 제품만 사용하는 대학병원이 많다"고 덧붙였다. 기업명 '다림(多林)'에도 정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돼 있다. 많을 '다'와 수풀 '림'을 합쳐 '숲이 공기를 만들어 생명을 유지시키듯 좋은 의료 제품을 개발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다림바이오텍의 매출 효자 상품은 비타민D 보급제 '디카맥스'다. 비타민D가 골격계 건강뿐만 아니라 면역력 증진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관심이 늘고 있다. 디카맥스디정은 비타민D 시장의 4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유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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