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G8 멤버십의 대가

안두원 기자(ahn.doowon@mk.co.kr) 2023. 5. 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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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간 서구 언론에서 우리나라를 수식하는 말이던 '한강의 기적'이 언제부턴가 점점 기사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작고 가진 것도 없어 가능성이 없어 보였던 나라가 피땀 흘려가며 노력한 결과 경제 발전과 쿠데타 정권 퇴출을 통해 '서구의 평균'을 따라잡은 것을 인정해주는 듯한 뉘앙스도 느껴지는 수식어였다.

그 대신 수년 전부터 서구 언론들은 한국이 앞서가는 민주주의 모범생, 첨단 기술과 문화의 강국이라는 전제를 깐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젊은 외교관들이 서울로 부임하기 위해 경쟁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정치 안보 경제 산업 등 전 분야에서 우리 위상이 업그레이드됐다는 증거가 지난 주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다. 여기에 연달아 초청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G8'의 일원이 되는 것은 글로벌 중추 국가로 명실상부하게 공인받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 이치가 그러하듯 G8 멤버십은 좋은 만큼 비싸다. '그들만의 리그'에 있는 기존 회원들의 기대치를 맞춰주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단적으로 최근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로 촉발된 우크라이나에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해줘야 할지 논란은 G8 멤버십의 가입비와 유지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경고음이다.

외국 사례가 있다. 1990년 미국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맞서 다국적군 구성을 추진할 때 일이다. 미국에 안보를 맡긴 채 경제 발전에 주력하던 일본은 걸프전 전체 비용 약 80조원의 5분의 1을 부담했지만 파병은 평화헌법을 내세워 거절했다. 하지만 미국에 일본 내부 사정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돌아온 것은 배은망덕하다는 평가였다. 일본은 이를 '외교적 트라우마'로 기억하고 있다.

미·중 경쟁 등 블록화에 따른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글로벌 중추 국가의 책임을 다하려다가 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면 이를 둘러싼 논란은 일파만파 퍼질 것이다. 우리나라가 과거에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했을 때 우선적인 고려사항은 가급적 전투가 치열한 지역을 피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미국 등에서 파병 요청이 온다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뒷줄에 서기 힘들어질 게 뻔하다.

G8 티켓은 우리가 이미 성취해낸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겪어내야 손에 쥘 수 있다. 그 일들은 결국 국민 모두가 나눠 부담할 몫인데 큰 기대감에 취해 아직 그 무게를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안두원 글로벌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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