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영국통신] 영국의 여름엔 시간이 두 개?

2023. 5. 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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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말부터 '서머타임' 적용
평소보다 시계 1시간 당겨
에너지 절약 효과 있다지만
오락가락 시간에 혼란 여전
게티이미지뱅크

KST, 한국에 12년 넘게 사는 동안 나는 이 세 글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KST는 GMT(그리니치표준시)에 9시간을 더한 한국표준시(Korean Standard Time)를 의미한다.

내가 KST를 좋아하는 이유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은 서머타임을 운영하지 않지만 영국에는 여름 동안은 BST(British Summer Time), 다른 계절에는 GMT+0로 여전히 두 개의 시간대가 존재한다.

영국 서머타임의 역사는 단순하지만 다소 복잡스럽다. 서머타임이란 개념은 1900년대 초반 윌리엄 윌릿이라는 건축업자에 의해 탄생되었다. 당시 영국은 1년 내내 GMT를 사용했는데, 이른 아침 승마를 즐기고 돌아오던 윌릿은 이미 날이 환하게 밝았음에도 대부분의 집에 커튼이 내려져 있는 것을 보고 일조시간에 맞춰 생활시간대를 변경한다면 여러모로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리상 북쪽에 위치한 영국은 여름에는 낮이 매우 길고 반면 겨울에는 매우 짧다.

에드워드 7세(1841~1910)는 샌드링엄에 있는 영지에서 사냥을 즐겼는데, 조금이라도 더 사냥을 하고 싶었던 나머지 GMT에 30분을 추가한 샌드링엄타임(ST)을 만들기에 이른다. ST는 1901년 공식적으로 채택되어 샌드링엄의 시계는 영국 다른 지역보다 30분 빨리 당겨지고, 에드워드 7세의 사망 이후에도 26년 동안이나 지속된다.

윌릿의 생각은 이보다 훨씬 실용적이었다. 4월의 4주 동안 일요일마다 새벽 2시에 시계를 20분씩 앞당기고 9월이 되면 같은 방식으로 시계를 되돌리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이것이 전기요금을 줄이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1907년 '일광의 낭비'라는 내용의 전단지를 만들어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기에 이른다. 윌릿은 1915년에 죽었지만, 그의 생각은 지속되어 영국 정부는 1916년 5월 1차 세계대전 동안 에너지 절약을 위해 BST를 도입한다.

1941년 영국 정부는 2차 세계대전 시 연료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GMT+2의 BDST(British Double Summer Time)를 실시하고, 1945년 종전이 되면서 다시 BST로 돌아간다. 그러나 전후 연료 부족으로 1947년 다시 BDST로 복귀한다. 그 후 1960년대에 들어서 정치인들은 4년 동안 실험적으로 1년 내내 GMT+1을 실행하다가 결국 다시 GMT와 BST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여러 운동단체들은 아직도 자기들 입장에 맞는 시간대 채택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평범한 대중에게 서머타임은 그저 해당되는 날짜에 시계를 앞으로 돌려야 하는지 뒤로 돌려야 하는지를 기억하고자 고군분투해야 하는 대상이다. 영국에서 시계가 바뀌는 날 약속을 잡는다면 누군가는 늦거나 일찍 올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치인들이 시곗바늘보다 국정 운영에 좀 더 주의와 관심을 쏟았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영국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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