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이다!” 김병철, 이 남자 ‘파국’과 떼어놓을 수 없다[★인명대사전]

“보아라. 결국 파국이다.”
2017년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는 많은 유행 대사를 남겼다. 지은탁 역 김고은이 코를 찡긋거리며 하는 “아저씨, 사랑해요”라던가, 김신 역 공유의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빌런 박중헌이 보라색 혀를 날름거리며 하는 “파국이다!”라는 대사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다.
그가 등장하면 모조리 ‘파국’이다. 캐릭터의 대사도 그랬지만, 캐릭터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드라마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이 “파국이다”와 관련한 밈(Meme)에서 볼 수 있듯, 단순히 비장하거나 무섭게 소비되지 않았다. 배우 김병철이 가진 힘을 알기 위해서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뜯어볼 필요가 있다.
김병철은 최근 JTBC 주말극 ‘닥터 차정숙’에서도 ‘파국’을 몰고 오는 인물로 활약 중이다. 의사의 꿈이 있던 주부 차정숙(엄정화)이 다시 그 꿈을 이어가기 위해 겪는 여러 시련과 환희를 다룬 이 작품에서 김병철은 ‘국민 욕받이’ 서인호 역으로 활약 중이다.

드라마는 차정숙이 다시 꿈을 얻는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서인호로부터 비롯됐다. 그는 젊은 혈기에 차정숙에게 아이를 가지게 해 그의 꿈을 끊어냈으며, 첫사랑 최승희(명세빈)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불륜 관계를 이어왔다. 또 혼외자인 아이까지 낳아 차정숙의 영혼까지 상처입혔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모든 사실을 차정숙에게 들킨 후, 정작 젊고 잘생긴 의사 로이킴(민우혁)과 아내의 관계가 좋아지자 이를 질투하고, 결국 최승희에게 치졸한 방식으로 이별을 고한 후 차정숙에게 용서를 강권한다. 결국, 이 과정에서 그의 진심을 믿고 혼자 아이를 키워낸 최승희의 존엄마저 짓밟혔다. 여러모로 서인호는 2023년을 대표하는 빌런으로 자리할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천인공노할 그의 악행이 마냥 혐오의 정서로 다가오지 않는다. 어떤 쪽에서는 ‘마성의 매력’으로 치부되고, 어떤 부분에서는 지질하거나 안타까운 정서로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있다. 이렇게 나쁜 짓을 하고도 또한 코믹코드로 소비되는 캐릭터는 서인호가 현재로서는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싶다.

이는 드라마마다 갖은 ‘파국’을 일으키지만, 또 마냥 혐오로 캐릭터를 끌고 가지 않는 김병철의 연기력에 원인이 있다. 2003년 영화 ‘황산벌’로 처음 얼굴을 알린 그는 2016년 히트작이었던 KBS2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송중기)의 직속상관 박병수 역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것이 ‘도깨비’였다. 극 중 박중헌은 김신을 구천을 떠돌며 도깨비가 되게 한 원흉이자, 현재에서 모든 인연도 위협하는 인물로 등장했다. 역할도 역할이지만 하얀 얼굴에 유독 돋보이는 보라색의 혀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지워지지 않는 이미지를 각인했다.
2018년에는 차민혁 역으로 일어섰다. JTBC 드라마 ‘SKY 캐슬’에 출연한 그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며, 특권에 휩싸인 인물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조소를 받았다. 지금 서인호를 대하는 정서처럼, 당시 차민혁의 행동도 보기에 불편했지만,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김병철에게는 이렇게 미운 캐릭터가 마냥 미워 보이지 않는 ‘운영의 능력’이 있었다.

‘닥터 프리즈너’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거친 그는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끌었던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다시 한번 ‘파국의 장인’임을 증명했다. 그가 연기한 이병찬은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짓눌리는 상황을 보고 좀비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리기 시작한다. 그의 잘못된 선택이 결국 대한민국을 좀비 바이러스의 소굴로 만들고 만다.
결국 이런 그의 길고 긴 여정은 자연스럽게 ‘파국’으로 정리된다. 그가 ‘도깨비’ 이후 가지고 있던 별명 ‘파국이’의 이미지는 여러작품을 통해 결이 바뀌기는 했지만 비슷한 정서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그의 날카로운 얼굴선과 눈빛은 예리함을 보여주지만, 연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은 캐릭터를 다채롭게 해준다.
김병철이 연기하는 서인호가 저지른 잘못, 그 파국 때문에 차정숙과 최승희 두 여자의 인생은 망가지기 시작했고 그가 욕을 먹기 시작하자 시청률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탔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 집계에서 1회 전국 유료가구 기준 4.9%대였던 시청률은 지난 21일 방송된 12회에서 18%를 넘어섰다.

김병철이 일관되게 추구하던 ‘파국이’로서의 이미지는 결국 한 작품의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단계까지 올라온 것이다. 그가 파국을 외칠수록 작품은 주목을 받는다. 이 남자, ‘파국’과 떼어놓을 수 없다. ‘파국’과 함께라야 더욱 빛나니, ‘파국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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