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의 어머니’ 구달이 석유화학기업의 로비 막아달라 호소한 까닭
“전 세계의 플라스틱 오염 위기를 피할 획기적인 기회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려면 석유화학기업들의 로비를 막아야 합니다.”
전 세계 134개 시민단체와 과학자 41명이 유엔에 석유화학기업들의 로비 시도를 막아달라며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는 유엔평화대사이자 저명한 동물학자, 환경운동가인 ‘침팬지의 어머니’ 제인 구달도 참여했다.
22일 그린피스에 따르면 해당 서한에서 시민단체와 과학자들은 국제플라스틱협약 관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에 전미화학협회(American Chemistry Council, ACC) 대신 플라스틱 오염 피해 지역 주민과 과학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2021년 영국 정부는 석유, 가스 관련 기업이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후원하거나 참여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며 “INC는 영국 사례처럼 석유화학산업의 후원과 참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은 최근 ‘플라스틱 산업과 공급망 전반에 걸쳐 깊이 관련된 기업들의 이익과 플라스틱 위기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인권은 양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유엔은 지난해 3월 유엔환경총회에서 국제사회가 직면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까지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만들자는 결의안을 승인했다. 이 협약을 위한 INC 회의는 5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 2번째 회의가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그린피스를 포함한 환경단체, 과학자 등은 플라스틱 생산량 절감과 재사용·리필을 근본 해결책으로 하는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체결되어야만 인류가 플라스틱으로 인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항해 플라스틱 산업과 관련이 깊은 전미화학협회는 협약을 약화하기 위해 다양한 로비를 하고 있다.
전미화학협회에는 엑손모빌, 다우, 3M 등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호주 비영리 민간단체인 민더루 재단의 ‘플라스틱 폐기물 생산자 지수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 1위 기업은 엑손모빌, 2위는 시노펙, 3위는 다우다.
국내에서는 롯데케미칼(14위),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27위), 엘지화학(28위), 에스케이이노베이션(45위), 대한유화(플라스틱 원료 생산 업체·69위) 등이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루이스 에지 그린피스 영국 플라스틱캠페이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플라스틱 생산 제한과 단계적 감축이 포함되는지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번 서한을 통해 유엔이 석유화학기업의 이익보다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려는 전 세계 시민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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