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해서 다행” 러시아군, 전쟁 통해 빠르게 전술 습득
보병 전투서 ‘낙수 전술’로 우크라 탄약 소진케
포병·전차 이용한 전투력도 새 전술 응용 발전
우크라 드론 막는 방공망도 효과적으로 작동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형편 없는 전술을 드러낸 러시아군이 전쟁을 겪으며 전투기술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영국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의 잭 와틀링과 닉 레이놀즈는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와 10개 여단을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러시아군 전술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러시아군 전술이 가장 많이 변한 부분은 보병 전술이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만 해도 800명 정도의 병력으로 구성된 전술그룹 단위로 전투를 수행했다. 하지만 이들은 경험과 전술이 부족해 제대로 전투를 벌이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현재 러시아는 더 적은 인력으로 구성된 ‘소모용’ 병력을 끊임없이 투입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더 적은 인원을 격전지에 끊임없이 보내 우크라이나군의 탄약을 소모하게 하는 전략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전략에 대해 ‘인해전술’이 아닌, ‘(수도꼭지 등에서 물방울이 끊이지 않는) 낙수 전술’이라고 묘사했다.
특히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와그너) 그룹과 러시아군의 야간 전투 능력이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점령지에 재빨리 요새를 짓고 다리를 놓은 뒤 적을 퇴치하기 위한 지뢰를 배치하는 일에도 능숙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훈련을 담당하는 빅토르 니콜류크 소장은 “이제 적이 싸울 줄 모른다고 말할 수 없다”며 “러시아군과 바그너는 점령지를 12시간 이내에 요새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병의 전투력도 상승했다. 러시아군 정찰 드론은 적을 탐지한 뒤 후 3~5분 이내에 목표물을 격추시키고 있다. 드론과 지상 센서를 소형 컴퓨터에 연결해 타격률이 올라간 것으로 분석된다.
전차 활용 전술도 진화했다. 특히 러시아 탱크들은 새벽녘 적군의 열 센서를 피해 이동하며 싸우는 것에 더 능숙해졌다. 현재 러시아의 반응형 장갑차는 날아오는 총알을 바깥쪽으로 폭발시키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전에서도 러시아는 점차 우위를 다지고 있다. 러시아는 전선 10㎞마다 드론을 격추시키는 새로운 시스템을 배치했다. 우크라이나는 하루 평균 300대 이상의 드론을 잃고 있고, 한달에 1만대 규모의 드론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능이 의심됐던 방공망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자국 내 핵폭격기 주둔 기지가 드론 공격을 당하면서 허술한 방공망으로 굴육을 당했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는 위성항법장치(GPS) 유도탄을 대부분 격추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통신 네트워크를 강화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전쟁 초기만 해도 우크라이나군 사이에서는 “러시아군이 멍청해서 다행이다”라는 말이 상징처럼 쓰였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키이우를 빠르게 함락시키고 전쟁을 끝낼 것이라 장담했지만, 허술한 전술만을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러시아의 초기 자만심은 현재 우크라이나군의 위용에 대한 존중으로 바뀌었고, 러시아군은 전쟁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전술을 배워나가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실패할 가능성이 낮은 것은 아니라고 논문 저자들은 지적했다. 중앙집권적인 러시아군의 작전과 방어 시스템은 쉽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군이 장비 격차를 줄여 러시아군의 방공 시스템을 공략하고 역동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면 러시아군은 빠르게 조직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러시아군은 새로운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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