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도 폭염에 주목…물 부족으로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
올해 여름 예견된 폭염이 산업과 중국 등 글로벌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증권가는 폭염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업종으로 음식료, 농업 외에도 반도체를 꼽았다.
22일 현대차증권 보고서에서 올해 폭염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중국의 산업 또는 자산군으로 탄소배출권, 유틸리티(수력·원전) 관련 주식, 농업 외에도 반도체 산업을 선정했다. 앞서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엘니뇨 현상으로 기록적인 고온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미 중국 남부 지역에서는 뚜렷한 폭염의 전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중국 남부 지역의 건기가 평년(4개월) 대비 긴 7개월간 지속되며 남부 지역의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수력 발전량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반도체 산업은 전력난을 이미 한 차례 경험했다. 최근 전력 수급에 비상인 쓰촨성 일대 반도체 공장 가동 상황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쓰촨성은 전 세계 반도체와 태양전지판 산업의 핵심 제조지역이다. 수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쓰촨성은 지난해에도 가뭄으로 발전량이 급감하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전력난을 겪은 바 있다.
정 연구원은 “올해 중국은 적극적으로 석탄 비축을 해 놔 극단적인 ‘블랙아웃’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경제가 재가동함에 따라 전년 대비 더 많은 전기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 절기상 폭염의 절정인 8월까지 기후변화 관련 이슈는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B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가뭄과 홍수 등 이상기후로 인한 수자원 감소가 산업 지형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2021년 반도체 공급 차질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물 부족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생산공정에는 많은 물이 사용되는데, 당시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는 대만의 극심한 가뭄에 따른 공업용수 부족으로 반도체 생산량을 맞추지 못한 바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음식료, 원자재 채굴 등과 함께 SASB(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가 꼽은 물 사용 민감 업종이다.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물은 화학물질을 씼어내는 세정 작업과 세밀한 연마 작업 등에 쓰인다.
김 연구원은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와 같은 단체들은 물 사용에 민감한 업종들은 ‘기후탄력성’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또한 투자자들은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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