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부3’ 한석규 가라사대 “아직 아무 것도 놓치지 않았어!”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3. 5. 2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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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넌 아직 아무 것도 놓치지 않았어!”

지난 20일 방송된 SBS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의 김사부(한석규 분)가 수술실에서 환자를 놓친 것으로 착각해 멘붕에 빠진 차은재(이성경 분)에게 던진 격려다.

테이블데스의 위험에 빠진 환자는 차은재가 수술전 처치를 했던 총상환자였다. 왼쪽 폐에 이어 오른쪽에도 튜브를 박으려던 차은재를 차진만(이경영 분)이 만류했었다. 피하기종도 적은 상태에서 양쪽에 튜브를 박는 건 과잉진료라는 의견이었다. 함께 있던 서우진(안효섭 분)은 “네 환자야, 네가 결정해”라며 오른쪽에도 예정대로 튜브를 심을 걸 종용했지만 차진만의 CS 경력을 믿은 차은재는 끝내 삽관하지 않았고 결국 오른쪽 렁인저리를 놓치고 말았다.

환자의 멈춰버린 심장, 김사부가 늑간을 열어 심장을 직접 손으로 마사지하는 오픈카디악을 시행해도 반응없는 그 심장이 오래 전에 잊혀졌던 수술실 울렁증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멘붕에 빠지려던 찰라였다.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울렁증을 저멀리 쫓아보내는 김사부의 다정한 격려. “넌 아직 아무 것도 놓치지 않았어!”

이날 8회를 관통하는 주제는 이 말이었다. 총기난사범(우지현 분)에 인질로 잡힌 서우진도 회유했다. “아직 아무도 안죽었어. 니가 생각하는 것 만큼 최악의 상황은 아냐.”

범인은 도박, 사채로 강제 전역을 당하면서 앙심을 품고 총기난사를 벌였다. 그래 놓고 태어날 때부터 출발선이 다른 불공평한 세상을 탓했다. 서우진은 의사니 그 불공평을 알 수 없을 거라 단언도 했다. 서우진은 자신의 불우했던 가정사를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죽도록 힘들게 이뤄 놓은 것까지 쉽게 거저 얻었다고 생각하지마, 죽어라 여기까지 온 내가 너무 열받잖아"라며 분노했다.

그리고 박은탁(김민재 분). 어려서 알던 폭주족 패거리가 실려왔을 때 은탁은 얼어붙었다. 친구 원영을 죽음으로 몰았던 쓰레기 같은 인연들. 마약에까지 중독된 이들은 박은탁의 인생을 나락으로 보낼 수 있다고 협박하며 병원내 마약성 진통제를 요구했다.

그런 놈에게 선언했다. “원영이가 죽어갈 때 난 그앨 업고 30분이나 달렸어. 내 등에서 뻣뻣하게 굳어가던 원영이 몸을 기억해. 너같은 쓰레기랑 어울리지 않도록 좀더 말렸어야 했던 게 아닐까? 그런 후회와 자책, 한도 끝도 없이 짓누르던 죽음의 무게를 내 등에 매단 채로 지난 10년을 달려왔다고. 근데 니가 그걸 5분이면 쫑낸다고? 웃기지마 너 내 옷깃도 못건드려. 왜? 니가 아무리 흔들어도 난 흔들리지 않을거거든. 너 정도에 흔들릴만큼 그렇게 허투루 살아오지도 않았고!”

살면서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도 지레 포기해 버리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수술실 울렁증에 시달렸던 차은재나 사채업자에게 들볶였던 서우진이나 한때 방황했던 박은탁은 포기하지 않았고 스스로를 구했다. ‘의사니까 무조건 살린다’는 김사부의 교육을 받은 돌담의 멤버들은 포기란 단어로부터 실시간으로 멀어지고 있는 모습들을 보였다.

잘 하고 싶은데 잘 하는 게 없어 의기소침인 이선웅(이흥내 분)은 본인의 자격지심과 그걸 부추기는 찢어진 렌즈란 악재를 이겨내고 돌담에서의 첫 집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어시스트해준 정형외과 전문의 배문정(신동욱 분)의 따뜻한 격려와 지도가 있었다. 그렇게 그가 집도한 첫 환자의 이름은 허병배였다. 위기에 도망가지 않은 덕에 의사 이선웅도, 환자 허병배도 구했다.

돌담 뺀질이 장동화(이신영 분)도 메센테리(장간막) 수술에 성공했다. 그리고 어렵게 살린 그 환자를 죽이려는 총기난사범의 총구 앞에 용감히(?) 맞서기도 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재발견했다. GS로서 손도 둔하지 않았고 순발력도 굿이었다. 게다가 누굴 살리겠다고 총구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멋있는 내면이 있었음을 새롭게 깨달았다. 아마 그의 후배들을 상대로 장동화가 ’라떼 타령‘을 할 때 이날의 히스토리는 원픽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사부가 오명심(진경 분)에게 말했다. “사람 하나 구하는 게 우주를 구하는 거라잖아요.” 포기하지 않는다면 ’아직‘ 기회는 있다. 스스로도, 다른 사람도, 우주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아직‘ 포기하지 않는 현재가 있다면 윤아름(소주연 분)말처럼 어떤 과거가 됐든 이해 못할 것은 없다.

드라마는 중반을 넘었다. “팔은 좀 어떠세요? 병세가 어디까지 진행된 겁니까?”란 오명심의 질문에 대한 김사부의 답은 아직 듣지 못했다. 하지만 차진만과 오명심은 외상센터에서 김사부가 물러선 것이 그 손목때문임은 눈치챈 모양이다.

“여긴 외상이잖아요. 외상에서 과잉진료란 없어요. 사람 살리는 일이라면 뭐든 해야죠.”란 차은재의 말에 차진만은 “멋지네, 우리 딸.”이라고 호응했다. 이는 곧 오버랩된 김사부가 했던 말에 대한 공감이기도 하다. 차진만에게도 ’아직‘ 돌담병원의 진정한 식구가 될 기회는 열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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