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 마이크론에 첫 제재…'K반도체' 불똥튈까 우려(종합)
美반도체기업 첫 제재…반도체 전쟁 본격화 가능성
다른 美업체 제재 나설수도…美 "근거없는 제재" 발끈
미·중 갈등에 끼인 韓 부담↑…‘양자택일’ 직면 우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이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제품에 대해 구매 금지 조치를 내렸다. 중국이 미국 반도체 업체를 상대로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인텔·퀄컴 등 다른 미 반도체 업체들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양자택일’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中,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중단 명령…“안보위험 초래”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종료 직후 “마이크론의 제품은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사이버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중국의 핵심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심각한 보안 위험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중국의 중요 국가 안보시설 운영자들은 이 회사의 제품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날 발표는 CAC가 마이크론에 대해 7주 간의 조사와 사이버 안보 심사를 진행한 이후에 나온 것이다. 중국이 외국 반도체 회사를 대상으로 사이버 안보 심사를 실시한 것은 마이크론이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 CAC의 발표가 G7 정상회의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제재 발표 시점까지 면밀히 계산한 것으로 파악된다. 산제이 메트로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G7 정상회의에 기업 대표단 일원으로 참석했다.
블룸버그는 “메모리 칩은 특정 소프트웨어나 코드 실행을 필요로 하지 않고 대부분이 저장 용도로만 쓰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사이버 보안 위험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며 이번 마이크론 제재에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및 중국을 겨냥한 G7 공동성명에 대한 보복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향후 퀄컴, 브로드컴, 인텔 등 다른 미 반도체 업체에도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진단했다.
미 상무부는 “이번 조치는 최근 미 기업들을 급습하고 표적으로 삼는 것과 더불어, 시장을 개방하고 투명한 규제 프레임을 약속한다는 중국의 주장과 모순된다”며 “우리는 근거가 없는 중국의 제재에 단호히 반대한다. 중국 당국과 직접 접촉해 우리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고 명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론에 중국은 미국과 대만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이어서 피해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전체 308억달러 매출 가운데 25%를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창출했다. 마이크론은 CAC 제재 이후 성명을 내고 “중국에서 판매되는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는 통지를 받았다”며 “중국 당국과 계속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에 끼인 韓 부담↑…‘양자택일’ 직면 가능성
외신들은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FT에 “중국이 마이크론을 첫 제재 대상으로 삼은 것은 마이크론의 기술이 경쟁사인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칩으로 쉽게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 달리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백악관은 지난달 마이크론의 제품이 중국에서 판매가 제한될 경우 중국 내 시장 공백을 메우지 않도록 칩 제조업체들에게 촉구해달라고 한국에 요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공급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양자택일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일본과 네덜란드가 이미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한국 정부의 부담이 적지 않다. 미 상무부는 이날 한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의 조치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시장 왜곡을 해결하기 위해 핵심 동맹·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의 이번 결정으로 중국 기업들은 미국산 메모리 반도체를 자국산이나 한국산으로 대체하려 한다”며 “중국의 공급망에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컨설팅 회사인 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의 폴 트리올로 중국 기술 전문가도 “이번 중국의 조치는 새로운 움직임”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마이크론을 공급망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등 폭발 반경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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