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판매 중단하는 재규어, 전기차 브랜드로 변신

고성민 기자 2023. 5. 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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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량 급감에 일시 휴업 선택

재규어가 2년간 국내 판매를 중단하고 2025년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탈바꿈한다.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감하자 고육지책으로 2년의 공백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재규어 판매를 2년여간 중단한다. 스포츠카 F-타입, 스포츠유틸리티차(SUV) F-페이스, 전기차 I-페이스 등 일부 재고 판매를 끝으로 휴업에 들어간다. 이후 2025년 출시할 전기차 신차로 국내 판매를 재개하고, 100% 전기차만 팔겠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정서희

전동화를 추진하는 자동차 기업들은 통상 내연기관차를 캐시카우(수익 창출원)로 유지하는데, 판매 중단은 이례적이다. 재규어는 국내 판매량이 연간 100대 수준으로 급감하자, 전기차 출시 시점에 맞춰 고급 브랜드로 다시 포지셔닝하기 위해 영업을 멈춘 것으로 풀이된다. 차라리 판매를 중단하며 공백기를 가지고 고급 브랜드로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재규어는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SUV 제품군이 부족해 국내 판매량이 2017년 4125대에서 작년 163대로 급감했다. 올해 1~4월 판매량은 단 10대다.

재규어는 국내 판매량이 줄어든 원인으로 차별화 요소가 옅어졌다는 점을 자체적으로 꼽고 있다. 레너드 후르닉 재규어랜드로버 최고사업책임자(CCO)는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규어의 차별화 요소가 희석됐다고 생각한다”며 “핵심 가치를 찾아 차별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레너드 후르닉 재규어랜드로버 최고사업책임자(CCO)가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규어 브랜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재규어는 차별화를 위해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고, 소량 판매로 희소성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재규어는 현재까지 순수 전기차를 I-PACE 딱 1종만 갖춰 전동화가 늦은 편인데, 2025년에 100%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한다는 건 대단히 급진적인 변화다. 현재 전기차 전용 브랜드는 테슬라와 볼보에서 독립한 폴스타 정도가 있다. 다른 자동차의 100% 전동화 전환 시점은 2020년대 후반부터다. 알파로메오는 2027년, 롤스로이스·미니(MINI)·캐딜락·볼보는 2030년, 현대차는 2040년(주요 시장만)이다. 재규어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한발 빨리 전환해 차별성을 갖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판매 재개 시발점이 될 모델을 1억6000만원짜리 고가 전기차로 개발해 판매량이 적더라도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2025년 나올 재규어 전기차는 재규어랜드로버의 플랫폼이 아닌 재규어의 독자적인 JEA(Jaguar Electrified Architecture)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며, 시작 가격이 10만파운드(약 1억6000만원)다. 4도어 GT 모델로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 700㎞와 고출력을 목표로 한다.

독창적인 디자인도 예고했다. 제리 맥거번 재규어랜드로버 최고창의책임자(CCO)는 외신을 통해 “재규어가 과거 E-타입을 처음 출시할 때 (독특한 디자인이) 마치 우주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며 “현재 재규어 디자인이 나쁜 건 아니지만, 주류 고객을 쫓다 (차 디자인이) 정상적인 모습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의 철학으로 돌아가, 입이 쩍 벌어질 만한 디자인으로 전기차 신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 차세대 재규어 차량이 한국에 출시될 때, 재규어는 럭셔리 브랜드로 전환할 것”이라면서 “소량의 고부가가치 판매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재규어는 국내 시장에서 AS(사후관리 서비스)를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는 디펜더와 디스커버리, 레인지로버 등을 판매하는 랜드로버 역시 함께 갖고 있는 문제다. 2019년 전국 29곳이었던 재규어랜드로버의 서비스센터는 현재 22곳으로 줄었다. 랜드로버의 국내 판매량도 2018년 1만1772대 수준에서 작년 3113대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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