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 습격한 '팅커벨떼'…야구팬들 비명, 선수들은 '허우적'

지난 18일 잠실구장을 덮친 동양하루살이 떼 /사진=트위터

대형 하루살이가 엄청난 개체수로 떼 지어 서울지역에 출몰하는 가운데 야간 조명을 밝게 켜야 하는 잠실야구장도 골치를 앓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에는 동양하루살이 떼가 대거 등장해 관중과 선수들이 불편을 겪었다.

당시 경기가 진행되던 도중 3루 관중석이 어수선했다. 3루에서 관전하던 단체 야구팬들이 비명을 지르며 비가 오지 않는 데 우의를 쓰거나 우산을 쓰기도 했다. 하루살이 떼가 출몰하면서다.

또 일부 야구팬들은 잠실구장 지붕 밑으로 몸을 숨겼지만 거기도 마찬가지였고 결국 실내로 몸을 피했다. 선수들 역시 손으로 벌레를 쫓아가면서 힘겹게 경기를 치렀다.

경기장에 갔던 관람객들은 "잠실이 지금 팅커벨로 별이 빛나는 밤이 되고 있다", "폭설 수준으로 날아다닌다", "관중석으로 수백마리씩 떨어진다" 등 후기를 남겼다.

동양하루살이는 날개를 펼치면 크기가 5cm에 이르며 '팅커벨'이라고도 불린다. 성충이 되는 5월 중하순부터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해에는 예년보다 일찍 기온이 높아져 출몰 시기가 빨라졌다.

깨끗한 물인 2급수 이상의 하천 등에 서식하는 동양하루살이는 밝은 빛을 좋아하는 습성을 지녔다. 잠실구장은 경기 진행을 위해 환하게 조명을 켜놓다 보니 빛을 좋아하는 동양하루살이가 더 많이 몰려든다.

이 벌레는 입이 퇴화해 모기처럼 사람을 물거나 동식물에 전염병을 옮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떼로 몰려다니고 사람에게 달려들다 보니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성동구청

잠실구장뿐 아니라 한강 인근 지역인 서울의 강동·광진·송파·성동과 경기도 양평, 남양주, 하남 등에서도 동양하루살이 떼가 대량 출몰하고 있다. 하지만 유충 서식지인 한강 유역이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살충제 살포 등 방역 소독이 어렵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도 하늘에서 날아드는 하루살이에 대처할 뾰족한 수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LG 관계자는 뉴시스에 "조명탑을 켜지 않고 경기하는 낮에는 괜찮은데, 야간 경기하면 하루살이가 몰려들 수밖에 없다"며 "관중으로부터 민원도 들어오고 선수들도 불편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두산 관계자도 "관중들도, 선수들도 불편함을 겪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인 부분"이라고 하소연했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