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락실2'의 기시감에서 느껴지는 나영석 PD의 깊은 고민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3. 5. 2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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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tvN

나영석 PD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2'(이하 '지락실2')이 베일을 벗었다. 시즌1 태국으로 향했던 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 네 명의 멤버는 정반대의 기후를 가진 핀란드에서 재미를 뽑아내고 있다. 초반 기세 역시 좋은 편이다. 2%대의 시청률로 시작했던 전 시즌과 달리 '지락실2'는 3.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한 방송 2화 만에 전 시즌 최고 시청률인 3.8%에 도달했다. K-콘텐츠 TV·OTT 통합 비드라마/쇼 부문 화제성 등 시청률로 나타나지 않는 지표 역시 순항하고 있다. 이 기세를 이어간다면 역대 시즌 최고 시청률 달성은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락실' 시즌1이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던 큰 이유 중 하나는 약간의 변화로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지락실'은 여행과 퀴즈라는 주요 콘셉트 덕에 론칭 단계부터 '신서유기' 시리즈와 많은 비교를 받았다. 수 많은 관심 속에서 '지락실'은 출연진을 통한 변화를 꾀했다.

많은 사람들은 '성별'의 변화에 집중했지만, 그만큼 영향을 중요한 건 '세대'의 변화였다. '신서유기' 시리즈의 막내 라인은 1993년생 송민호와 피오다. 이는 '지락실'의 맏언니 이은지(1992년 생)와 비슷한 연령대다. 확 낮아진 연령대는 출연진과 제작진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구축했고 '지락실'은 '신서유기'의 이미지를 지워낼 수 있었다. 시즌2에서 멤버들의 케미는 더욱 강화됐다. 변동 없는 네 명의 멤버와 '제5의 멤버'라고 할 수 있는 나영석 PD까지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며 초반부터 적응기 없는 웃음이 휘몰아치고 있다.

/사진=tvN

다만 '지락실2'를 보다 보면 기시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전 미팅을 통해 멤버들이 분장을 정하고 본격적인 여행 과정에서는 각종 상품이 걸린 게임을 진행하는 구성은 변하지 않았다. 미미의 '민새공'(민주당, 새누리당, 공산당)이나 '토루크 막토'처럼 예상할 수 없는 순간 예상할 수 없는 웃음이 쏟아지지만 이는 출연진의 능력일 뿐, 이전과 다른 신선한 구성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없다. 여러 지표가 좋게 나타나고 소위 '레전드 장면'도 여럿 나오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가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락실2'는 기존의 구성을 반복하며 출연진의 개인적 역량에만 의존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분명히 고민해 볼 지점이 있다. 

지난 시즌의 성공을 이어가는 동시에 신선한 매력도 함께 줘야 한다는 고민은 비단 '지락실2'가 가진 문제뿐만이 아니다.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가 최근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자 모든 시리즈 예능이 가진 숙제다. 그런데도 '지락실2'와 나영석 PD에게 과도한 관심이 쏟아지는 건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구성의 선두에 '나영석 사단'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만 공개했던 '신서유기1', 젊은 출연진이 아닌 어른들의 여행을 보여줬던 '꽃보다' 시리즈, 연예인이 시청자를 대접했던 '윤식당'과 스핀오프 '강식당' 시리즈 등 나영석 PD가 연출했던 프로그램은 항상 신선함을 무기로 내세웠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출장 십오야'를 통해 이러한 신선한 프로그램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침착맨 유튜브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한 번 성공한 포맷을 놓지 못해서 지루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8개의 시즌을 진행한 '신서유기'는 여행과 게임으로 구성된 변하지 않는 포맷이 비판을 받았으며 '꽃보다', '윤식당' 시리즈는 신선한 내용보다는 출연진의 유명세에 힘입어 시리즈를 이어간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락실2'의 전작 '서진이네' 역시 포맷과 전개가 전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나영석 PD 역시 이러한 비판을 인지하고 있다. 최근 침착맨의 개인방송에 출연한 나영석 PD는 스스로를 "자가복제의 아이콘"이라고 '셀프 디스'하며 "그 30대 말 40대 초가 창의력이 폭발할 때다. 그게 한 4~5년 전에 끝났다. 예전처럼 아이디어가 떠오르진 않지만 그래도 힘닿는 데까지는 해보려고 한다"고 인정했다.

나영석 PD가 침착맨의 개인 방송에 출연한 것 자체가 이러한 변화의 일환이다. 채팅창에 올라온 '산업 스파이'라는 시청자의 말에 "그런 의도가 없지 않다"며 쿨하게 인정했다. 단순히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움직이고 있다. 나영석 PD는 하반기에는 초심을 되찾기 위해 대형 프로젝트보다는 소규모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채널 규모 역시 이에 맞게 조정했다고 덧붙였다. 

유재석은 과거 MBC '무한도전- 선택 2014' 특집에서 "진짜 위기는 위기인지 모르는 것이다. 그보다 더 큰 위기는 위기인 줄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나영석 PD에게 위기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문제점을 인지하고 개선하려는 나영석 PD의 모습은 또 다른 신선함으로 우리를 충격에 빠뜨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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