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전투력. 멋있잖아"...제멋대로 사는 김범이 사랑에 빠질 때('구미호뎐1938')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5. 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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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가 되던 구경거리가 되던 둘 중에 하나만 해." tvN 토일드라마 <구미호뎐1938> 에서 이랑(김범)은 클럽에서 노래하는 인어 장여희(우현진)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 말을 할 때 이랑의 시선은 "가수가 되던"에서 장여희의 얼굴을 보고, "구경거리가 되던"에서 그의 물고기 형상의 하체를 내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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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과 우현진의 당당한 로맨스에 담긴 ‘구미호뎐1938’의 매력

[엔터미디어=정덕현] "가수가 되던 구경거리가 되던 둘 중에 하나만 해." tvN 토일드라마 <구미호뎐1938>에서 이랑(김범)은 클럽에서 노래하는 인어 장여희(우현진)에게 그렇게 말한다. 인어의 모습으로 노래를 할 때 일본인 취객이 진짜인지 아닌지 만져보겠다고 다가서자 맥주병으로 그의 뒤통수를 갈긴 후 던진 말이다.

그 말을 할 때 이랑의 시선은 "가수가 되던"에서 장여희의 얼굴을 보고, "구경거리가 되던"에서 그의 물고기 형상의 하체를 내려 본다. 반은 사람이고 반은 비늘로 뒤덮인 물고기인 인어의 반인반어의 정체성을 콕 짚어 말한 것. 이랑은 장여희가 그렇게 애써 인간 세상에 맞춰 살아가려는 모습이 탐탁찮다. 반인반호인 그가 굳이 인간 세상에 맞추지 않고 제 타고난 대로 살려 하는 것처럼.

<구미호뎐1938>에서 이랑은 제 생각대로 행동을 하는데 있어 거침이 없는 인물이다. 인간과 구미호 사이에 태어난 반인반호지만, 피를 나눈 형이라고 해서 이연(이동욱)에게 고분고분 따르지도 않는다. 천무영(류경수)의 피로 죽을 위기에 놓인 이연이 살아나는 걸 보고 그 피의 치유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는 대놓고 그 피 좀 나눠달라 요구하는 그런 인물이다.

그래서 이연과 티격태격 싸우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누구와도 맞서는 이랑이라는 캐릭터는 독특하다. 보통 이런 작품에서 형제로 이어져 있는 존재라면 같은 편에 서서 형을 돕는 게 다반사지만, 어딘가 틱틱거리며 돕지 않을 것처럼 보이다가도 또 위급한 상황이 되면 형을 돕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제멋대로의 캐릭터.

이랑이 장여희라는 인어와 만나 인연을 맺고 조금씩 가까워져 가는 로맨스의 과정도 마찬가지다. 연애는 1도 모르는 이랑은 장여희가 노골적으로 호감을 드러내고 다가와도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처럼 행동한다. 말을 타러 가자고 한 장여희가 함께 말을 타고 달리는 로맨틱한 장면을 떠올릴 때, 이랑은 그런 기대를 저버리고 말 타는 훈련을 시키는 그런 인물이다.

그래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단지 장여희가 우물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했던 이랑을 한 번 구해준 적이 있어 '여우는 반드시 은혜를 갚는다'는 이유로 그와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역시 장여희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그가 장여희에게 원하는 건 반인반어로 살아가며 애써 인간이든 누군가에게든 맞춰 살아가는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사는 모습이다.

이랑 앞에서 노래를 부르다 이랑에게 다가온 어떤 여인이 그와 가까이 담소를 나누는 걸 보고 질투한 장여희가 소리를 지르자 잔이 깨져버리는 엄청난 괴력을 발휘했을 때 이랑이 하는 말은 그의 이런 삶의 태도를 잘 드러내준다. 자신의 모습에 잔뜩 실망해 이제 이별을 고할 거라 여겼던 장여희에게 이랑은 의외의 말을 꺼낸다. "마음에 들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잖아. 네 전투력. 멋있잖아."

반인반호와 반인반어의 로맨스. 여기에는 그래서 정체성의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자신이 그런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누군가의 눈에 맞추려기 보다는 스스로 당당한 이랑에 의해 장여희 또한 자신의 진짜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담겼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구미호뎐1938>이 굳이 내세우며 이야기하지 않아도 드라마 시청자들이 느끼는 기분 좋은 매력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구미호든, 수리부엉이든 또 백두산 호랑이든 그게 아니라면 토종여우 같은 존재들이 저마다 당연하다는 듯 당당한 제 모습을 드러내는 그 자체에서 어떤 당당한 자유로움이 느껴져서다. 그리고 이 작품이 가진 과거와 현재, 인간과 신, 현실과 허구의 세계를 거침없이 넘어 다니는 무한한 상상도 바로 이런 자유로움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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