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본가 대 소상공인…창극으로 재탄생한 ‘베니스의 상인들’

임석규 2023. 5. 22. 11: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수들이 의기투합했다.

국립창극단 초연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제작·출연진 얘기다.

거기다 국립창극단을 대표하는 김준수, 유태평양, 민은경이 주연이다.

지금껏 선보인 국립창극단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곡이 흐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립창극단 신작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김준수(왼쪽)와 유태평양. 각각 자본가 샤일록과 소상공인 안토니오를 연기한다. 국립극장 제공

고수들이 의기투합했다. 국립창극단 초연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제작·출연진 얘기다.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김은성 작가, 이성열 연출에 한승석 작창, 원일 작곡이라니,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거기다 국립창극단을 대표하는 김준수, 유태평양, 민은경이 주연이다. 다음달 8~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김은성 작가는 지난 1월 연극 <빵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한몸에 받았다. ‘올해의 연극’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빵야’란 이름의 장총 한 자루를 의인화해 굴곡진 현대사를 담아낸 대본의 힘이 컸다. 지난해 비슷한 소재의 창작 오페라 <장총>의 대본에도 찬사가 쏟아졌다. 그에게 창극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미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함익>으로,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순우삼촌>으로 재해석한 바 있다. 김 작가는 “우리 말맛을 살리는 운율과 시적 가사를 전달하는 데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김은성표 베니스 상인’은 원작의 큰 줄기는 따르되 구조와 인물 관계를 축약해 현대적 감수성을 입혔다. 16세기 유럽이 배경인 셰익스피어 원작 <베니스의 상인>에서 유대인 혐오와 인종적 편견 등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덜어냈다. 꼬박 1년이 걸린 작업이었다. 구도는 노회한 재벌3세 대자본가와 서민을 대변하는 소상공인의 젊은 리더의 대결. 자신의 가슴살 1파운드를 담보로 베니스의 대자본가에게 돈을 빌리려는 베니스 상인조합의 젊은 리더 안토니오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눈엣가시였던 상인조합을 해체할 계략을 꾸미는 샤일록. 단죄를 받고 법정에서 구속되는 샤일록은 이렇게 외친다. “돈이면 모든 것이 다 되는 세상일 때 다시 태어나겠다. 그때 가서 만세의 번영을 무궁하게 누리겠다.”

국립창극단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제작에 각 분야 고수들이 의기투합했다. 왼쪽부터 원일 작곡가, 김은성 작가, 이성열 연출,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배우 유태평양, 민은경, 김준수. 국립극장 제공

이성열 연출은 “샤일록이 내뱉는 이 저주의 말들이 지금 이곳에서 구현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연출은 38년 경력에 국립극단 예술감독(2017~20)을 거친 관록의 연극인이다. 원작의 제목을 ‘상인’에서 ‘상인들’로 바꾼 이유는 “연대와 협업을 통해 벽을 뚫고 지나가는 긍정적 에너지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원작이 지닌 희극성은 풍자와 해학이 깃든 판소리 장단과 선율로 극대화된다. 무려 62곡. 지금껏 선보인 국립창극단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곡이 흐른다. 극의 흐름에 맞춰 소리를 짓고 대사를 입히는 작창은 한승석이 맡았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귀토> <리어> 등 국립창극단 대표작들을 빚어내며 ‘작창의 신’으로 불린 독보적인 작창가다. 여기에 연주, 작곡, 지휘를 겸업하며 혁신적 실험을 거듭해온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원일 예술감독이 작곡자로 합세했다. ‘창조적 시나위 정신’을 표방하며 경기도립국악단의 명칭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로 바꾼 인물이다. 그는 “판소리 작창을 이 시대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록과 팝, 전자음악과 헤비메탈 등으로 녹여냈다”고 말했다. 국악기와 서양 악기를 뒤섞은 16인조 악단이 극적 효과를 고조시킨다.

국립창극단의 간판 배우들도 총출동한다. 샤일록 김준수, 안토니오 유태평양, 여주인공 포샤를 맡은 민은경 모두 창극계의 스타급 배우들이다. 김준수와 유태평양은 <리어>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영어자막도 준비했다고 한다. 지금도 해외에서 공연되며 갈채를 받고 있는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의 뒤를 잇기 위해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