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귀명창과 음치탈출법

이영신 배재대 대외협력교수 2023. 5. 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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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신 배재대 대외협력교수

음악은 처음에 어떻게 진화했을까? 찰스 다윈은 음악이 구애의 수단으로서 말보다 먼저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인간의 구애 수단은 재력이나 외모로 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음악은 전 세계 문화권에서 모두가 즐기는 문화코드다.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 굳이 BTS나 블랙핑크 급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오디션이나 음악 프로그램이 없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절대미각'을 가졌던 대장금처럼, '절대음감'을 가진 음악 천재 또한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절대음감이 있다면 반대로 '절대음치'도 있는 법.

음치는 과연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문제일까? 음치는 크게 '귀음치' 와 '목음치' 두 종류로 나뉜다. 음의 높낮이를 구별할 수 없는 것을 '귀음치', 귀는 정상이지만 목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것이 '목음치'다. 귀음치는 색맹의 청각 버전이다. 안면인식장애와도 유사하다. 예를 들어 피아노 건반으로 비슷한 두 음을 연주하면 같은 음을 두 번 연주했는지, 아니면 다른 두 음을 연주했는지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스스로 노래를 잘 못한다고 느낀다면, 오히려 음치가 아닐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귀음치는 교정이 거의 불가능하고, 후손에게 유전된다고 한다. 절대 음치는 청각 기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뭐가 문제인지조차 모르며 자신이 노래를 못 부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배우 제임스 딘이 귀음치였다. 음치에서 귀음치를 가진 사람은 약 20-23%밖에 안 되며, 이 중에서 절대음치는 4%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 약 80% 정도는 목음치다.

목음치는 쉽게 말해서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이다. 목음치는 머리(뇌)에서 올바른 소리를 인식했지만, 목 근육 수축으로 성대 등 인후 운동이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음정 음계 박자가 이탈하는 현상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의 음역대를 벗어나면 이 상태가 된다. 근육긴장이나 호흡조절 등이 잘 되지 않은 것이 그 원인이다. 이러한 목음치는 훈련 부족에 기인한다. 본인이 올바른 음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보이스 트레이닝이나 성대 훈련을 하면 비교적 쉽게 교정 가능하다.

배우 류승룡은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촬영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1년간 보컬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운전도 오랫동안 하지 않으면 감각이 떨어지듯, 가수들도 노래를 장기간 쉬면 반드시 음정이 이상해진다. 가수 조용필도 연습을 통해 음치를 개선했고, 마이클 잭슨도 보컬 테크닉 레슨을 별도로 받곤 했다.

절대음감을 가졌다고 가창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작곡가 중에서 목 음치가 많은 것은 예민한 귀를 가졌기 때문이다. 또 선천적 청각 장애인은 언어장애가 함께 딸려온다. 경상도 사투리를 부모를 둔 아이는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고, 전라도 사투리를 듣고 자란 아이는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말을 배울 때는 들으면서 배워야 하는데, 남의 말이나 자신의 말조차 들을 수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이나 언어 습득에 어려움이 있다.

소통과 불통의 시대, '귀명창'이 뜨고 있다. 귀명창은 판소리를 할 줄은 모르더라도 즐겨 듣다 보니 감상하는 수준이 명창에 버금가는 경지에 이른 사람이라는 뜻. '귀명창이 좋은 소리꾼을 낳는다' 또는 '귀명창 있는 곳에 명창이 있다'라는 말처럼, 귀명창은 판소리 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동반자다. 명창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귀명창이 돼야 한다. 경청을 통한 '귀뚫기'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귀에 이어폰을 꽃고 있다면 남을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자기 목소리는 크게 말하는 경우와 같다.

좋은 음악은 청중과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 잘 듣지 않으면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노래나 이야기도, 듣는 사람이 없다면 소용없다. 노래나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적절한 추임새를 넣으며 잘 듣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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