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구제역

김재근 선임기자 2023. 5. 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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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에 '경신 대기근'이라는 참혹한 기록이 있다.

경신 대기근에 일조한 것이 구제역이다.

과학자들이 1898년 구제역이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임을 밝혀냈지만 그 이전에 이미 전지구적인 가축병이 돼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충북 청주와 증평 등에 대해 구제역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백신 접종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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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선임기자

우리 역사에 '경신 대기근'이라는 참혹한 기록이 있다. 조선 현종 때인 경술년(1670년)과 신해년(1671년) 2년 동안 재해와 재난, 전염병 등이 잇따라 일어나 100여만 명이 죽은 사건이다. 냉해와 가뭄, 홍수, 태풍, 우박, 병충해, 흉작 등이 쉼 없이 이어졌다. 병사자와 아사자가 속출했으며 사람을 잡아먹는 끔찍한 일까지 벌어졌다.

경신 대기근에 일조한 것이 구제역이다. 신해년 7월부터 11월까지 황해도 일원에서 소가 2만여 마리 죽었고, 수도권에서도 폐사가 일어났다. 소의 죽음은 노동력 상실을 의미한다. 소를 이용하여 논밭을 갈았으니 소가 죽으면 이듬해 논밭을 갈아 씨를 뿌리는데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역사학계는 중세 몽골과 중앙아시아 초원지대를 빈번하게 휩쓴 동물 대역병이 구제역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과학자들이 1898년 구제역이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임을 밝혀냈지만 그 이전에 이미 전지구적인 가축병이 돼 있었던 것이다.

4년여만에 발생한 구제역이 심상치 않다. 지난 10일 청주에서 처음 발생했고, 10여개 농장에서 추가 확인됐다. 정부는 충북 청주와 증평 등에 대해 구제역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백신 접종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충북과 인접한 충남 천안 아산을 비롯 국내 최대 축산단지인 홍성과 예산군도 비상이 걸렸다.

구제역은 대응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변종이 많아 백신 생산이 힘들고 혈청형에 따라 개별 백신을 만들어 투약해도 면역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수습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2000년의 경우 살처분 및 백신접종에 3006억원, 2011년에는 1조 6000억원 넘게 들어갔다.

구제역 차단은 빠르고 적극적, 전면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다. 축산농가들은 백신접종에 적극 임하고, 사람과 차량의 농장 진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시민들도 당분간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이나 축산농가를 방문하지 않는 게 좋다.

대한민국은 여러 차례 구제역을 잘 극복했다. 농가와 정부, 국민들이 적극 공감하고 공조한 덕분이다. 수출부진과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경제가 어렵다, 힘든 시기 구제역 때문에 경제난이 더 가중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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