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손 떨림, 눈꺼풀 떨림

배광호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책임연구원 2023. 5. 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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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기념일도 많고 날씨도 좋아 가족, 친지, 동호회 모임이 잦다.

그 친구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요즘 들어 손 떨림이 심해진 것 같다며 걱정했다.

그러자 다른 친구가 자기도 젓가락질할 때 손이 떨린다, 또 다른 친구는 요즘 눈꺼풀이 떨린다고 말했다.

'동의보감'에서도 수진(手振·손 떨림), 풍두선(風頭旋·머리 떨림) 등의 표현이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볼 때, 과거에도 관심이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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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광호 한의학연 한의약데이터부 책임연구원

5월은 기념일도 많고 날씨도 좋아 가족, 친지, 동호회 모임이 잦다. 필자도 오랜만에 옛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웃음꽃을 피우다 한 친구가 건배사를 하려고 술잔을 들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손이 떨려 술을 절반가량 쏟고 말았다. 친구들은 술을 마시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런다며 놀려댔다. 그 친구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요즘 들어 손 떨림이 심해진 것 같다며 걱정했다. 그러자 다른 친구가 자기도 젓가락질할 때 손이 떨린다, 또 다른 친구는 요즘 눈꺼풀이 떨린다고 말했다. 어느새 화제가 떨림이 되었다.

떨림(tremor)은 진전(振顫)이라고도 하며, 신체 일부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증상이다. 떨림은 그 원인과 종류가 다양한데, 우리가 긴장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발생하는 떨림은 일종의 생리적인 것이다.

반면 긴장도 하지 않고 무겁지도 않은데 중력을 거스르는 어떤 자세를 취할 때 유독 떨림이 발생한다면 본태성 떨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인구의 약 5%에서 관찰될 정도로 흔하며, 주로 손에 발생하지만, 머리가 흔들린다든지, 목소리가 떨릴 수도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수진(手振·손 떨림), 풍두선(風頭旋·머리 떨림) 등의 표현이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볼 때, 과거에도 관심이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체위성 떨림과는 달리 안정을 취할 때 떨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가 앓았던 파킨슨병이 있는데, 뇌 흑질에 운동을 조절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멸해 떨림, 운동완만, 경직이 발생한다. 또한 뇌의 퇴행화가 진행되면서 보행장애, 인지장애, 자율신경계 증상도 유발할 수 있어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 없는 떨림도 있는데, 미미한 근육 잔떨림을 의미하는 미오키미아(myokymia)가 대표적이다. 주로 안검에 발생해서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국소적이고 짧은 시간 지속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뇌졸중의 전조증상일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스트레스, 수면 부족, 피로, 카페인 과다 섭취 등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회복된다.

한의학에서 떨림에 대한 치료는 주로 양방 치료와 병행한다. 한 연구에서 본태성 떨림에 대해 프로프라놀롤 단독 투여와 침 치료를 병행한 것을 비교했는데, 병행치료의 효과가 더 높았다고 보고했다. 파킨슨병을 대상으로도 레보도파, 마도파 등의 약물과 한약 또는 침 치료를 병행했을 때 약물 단독치료보다 종합파킨슨평가척도 또는 약물 부작용 등이 개선됐다는 보고가 있었다.

약물 이외에도 뇌에 전극을 삽입해 지속적으로 병소를 자극할 수 있는 심부뇌자극술이나 뇌의 일부 영역에 초음파를 집중시켜 조직의 국소 손상을 유발하는 집중 초음파(focused ultrasound) 치료법이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한의 치료 기술 중에 직접적으로 뇌를 자극하는 방법은 없다. 다만, 경혈에 침을 놓는 것이 뇌의 신경 활동과 연결성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있었다. 또한, 현종삼양락혈에 집중 초음파를 사용하여 구별되는 뇌 활성 패턴을 유발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미래에는 개인별 자극이 필요한 뇌 영역이 설정되고 그에 맞는 경혈과 자극강도를 결정하는 정밀 한의 치료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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