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갭투자 가능하게…" 강남·잠실, 아파트값 추락 주장 통할까
서울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4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조만간 만료된다. 강남·송파구청과 지역 주민들은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지만 명분이 부족하다. 해당지역 아파트 가격이 반등에 성공하면서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청담·삼성·대치·잠실동 등 4개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다음달 22일 만료된다. 서울시가 해당 지역에 대한 규제를 1년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단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5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압여목성'으로 불리는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지구,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지구,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성동구 성수 전략정비구역(1~4구역) 등 4곳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결정을 내렸다. 이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내년 4월26일까지로 1년 연장됐다. 2021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3년째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때 사전에 관할지역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땅을 사고팔 수 있는 제도다. 공공재개발 사업 등 부동산 과열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투기를 막고 건전한 토지거래를 유도한다는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된 지역에선 2년 실거주 목적으로만 매매가 허가된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강남구는 지난 15일 대치·삼성·청담동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의견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강남구는 2020년 6월 허가구역 지정 이후 부동산 거래량이 35% 수준으로 줄었고, 거래가격은 최고가 대비 6억원 이상 떨어졌다며 해제 근거를 제시했다.
주민들의 요구도 반영했다. 지난 3월 강남구와 인접 자치구 주민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조사 대상의 54%, 대치·삼성·청담동 주민 중 78%가 허가구역 재지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사유재산권 침해'가 39.8%로 가장 많았고, '자유로운 부동산 거래를 제한해서'가 23.8%로 나타났다.
송파구도 잠실동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전면 해제 의견을 지난 10일 서울시에 제출했다. 올해 잠실동 아파트 전용면적 84㎡ 기준 공동주택공시가격이 평균 30% 하락했다는 근거를 들었다.
송파구에 따르면 지난해 잠실동 부동산 거래량은 허가구역 지정 전인 2019년과 대비해 약 34% 수준으로 줄었다. 2019년 2705건 거래됐으나 2022년에는 911건이 거래됐다. 올해 1월 기준 잠실동 공동주택가격은(전용 84㎡ 기준) 전년 대비 30.01% 하락했다. 지가변동률은 올해 1월 기준 -0.049%로, 지난해 지가변동률(0.392%) 대비 하락하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최근 강남과 잠실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는 분위기라 구청들의 주장을 서울시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KB부동산 주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17% 하락했지만 구별로 차이가 컸다. 강남구는 전주 대비 0.06% 올라 올들어 처음 반등에 성공했다. 송파구는 0.11% 오르며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아파트 가격이 오른 곳은 강남구와 송파구 뿐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4일 24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올들어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2월 21억3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면적 119㎡는 2021년 11월 기록한 최고가와 같은 가격인 34억원에 지난달 말 거래됐다.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10일 22억원에 실거래됐다. 지난 1월 18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3억3000만원이 올랐다. 인근 '파크리오' 전용 84㎡ 역시 지난 12일 19억8000만원에 거래돼 지난 1월 거래된 17억원보다 2억8000만원 올랐다.
서울시는 아직 집값이 '덜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의 입장이 완강하다. 오 시장은 올해 들어 여러 차례 "서울 집값이 문재인 정부 초기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거 비용이 커지면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시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펼친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엔 이르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특히 해당 지역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급반등하는 분위기인데 해제시켜줄 명분이 없고, 고삐를 풀어주면 시장이 급격히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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