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미래한국 서치라이트] 지역 없는 지역균형 발전 정책/전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

2023. 5. 2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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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발전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중앙정부만 있고 지방정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 것이 지역발전 정책의 '불편한 진실'이다.

지역발전 정책의 주체는 지방정부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도 예외없이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넘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지역정책의 핵심 권한인 재정과 예산 권한을 얼마만큼 지방으로 넘길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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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전 산업통상지원부 대변인

지역발전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100년을 내다보고 추진해야 할 정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니 성과를 낼 수가 없다. 중앙정부만 있고 지방정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 것이 지역발전 정책의 ‘불편한 진실’이다.

2005년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가 만들어진 이후 지난 18년 동안 164조원의 재원을 투입했지만 지역불균형은 악화됐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00년 46.1%에서 2022년 50.4%로 대폭 늘었다. 청년인구도 수도권 비중이 2000년 47.9%에서 2020년 54.1%로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매출액 1000대 기업 본사의 73.4%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 현실이다.

제조업의 쇠퇴도 지역불균형을 심화하는 요인이다. 2000년대 들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 대기업들이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로 로봇이 생산 현장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생산공장이 집중된 지방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중앙집권적인 정책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지역균형 정책이 시행된 이후 중앙 주도의 정책틀은 변하지 않고 형평이냐 효율이냐에 따라 정책 기조만 바뀌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는 지역 간 균형을 강조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상대적으로 효율을 강조했다. 5년마다 정책 기조가 바뀌니 정책의 지속성은 사라지고 정책 성과를 기대하는 것조차 언감생심이다.

지역불균형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나라마다 여건은 다르지만 독일의 성공 사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독일은 동서 간 경제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역경제구조 개선을 위한 공동과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재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조성하고, 기금은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방식이다. 중앙정부는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간접 지원에 그쳤다. 그 결과 통일 직후인 1995년 서독의 43%에 불과했던 동독의 경제력이 2018년 75%까지 높아지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지방정부가 중앙의 정권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것이 성공의 핵심 요인이다.

우리도 독일처럼 지방정부의 역할과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 지역발전 정책의 주체는 지방정부여야 한다. 지방정부가 책임지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예산과 정책 수립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 중앙정부는 최소한의 규칙만 정하고 나머지는 지방정부가 결정하는 분권 시스템이 절실한 이유다.

산업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과 공공기관의 지방분산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기업의 지방 이전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특히 인구소멸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지방교부세를 낙후 정도가 심한 지역에 더 많이 할당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지역균형 정책에 관한 청사진을 발표하지만 지나고 보면 ‘속 빈 강정’이 대부분이다. 윤석열 정부도 예외없이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넘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지역정책의 핵심 권한인 재정과 예산 권한을 얼마만큼 지방으로 넘길지는 미지수다. 모든 국민이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진정한 지방시대가 열리길 간절하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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