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참여하겠다는 기후클럽, ‘기후 사교모임’ 안 되려면…

남종영 2023. 5. 2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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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및 G7 초청국 정상들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확대회의 세션에서 주요 7개국을 중심으로 결성을 추진하고 있는 ‘기후클럽’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기후클럽이 2015년 ‘파리협정’ 이후 답보된 기후위기 대응에 활력을 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 7위’인 한국이 기후클럽에 참여하겠다는 소식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재생에너지 전환 확대 등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클럽은 지난해 주요 7개국 정상회의 의장국이던 독일의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가 선진국이 나서 기후위기를 저지하기 위한 모범을 보여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자는 취지로 제안한 것이다.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지난 16일 ‘세계가 더 빨리 탈탄소화를 달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요 7개국과 기후클럽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논평을 실었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에드워드 바비어 교수(경제학)는 이 논평에서 기후클럽이 2015년 파리협정 이후 답보된 기후위기 대응에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기후클럽이 ‘화석연료에 유리한 시장 왜곡을 제거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최저 탄소가격을 설정함으로써 이를 채택하지 않은 나라의 제품에 수입 부과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 같은 개념을 기후클럽에 도입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주요 7개국이 기후위기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다른 나라를 견인하려는 노력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바비어 교수는 논평에서 “주요 7개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 화석연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지만 “1인당 평균 62달러(8만원)에 이르는 화석연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같은 부자나라의 행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화석연료 소비와 온실가스 급증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청정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부자 나라들이 신흥 경제국에 대한 특정 투자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ETP)은 5개의 파트너십이 체결됐을 뿐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기후클럽 가입 요건과 역할 등에 대한 뚜렷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데다, 주요 7개국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앞세우고 있어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도 주요 7개국 상당수가 천연가스(LNG) 발전의 배제와 석탄발전소의 퇴출에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해 주요 7개국이 공동성명을 내면서 천연가스에 대한 공공투자를 인정한 것은 ‘어디까지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일시적인 대응책’이었을 뿐이라고 했는데, 올해 회의에서도 지난해 문구를 반복할 뿐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 등 유럽연합 국가들이 천연가스 공급원을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 시설 투자를 계획하고, 일본과 미국 같은 나라는 전통적인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를 거둬들이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기후클럽 참여를 언급했지만, 한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다 온실가스 배출량 7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간 주요 7개국 외 기후클럽 가입 0순위로 예상된 바 있다. 한국은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등 주요 7개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 비중이 축소되고 지난 3월 발표된 탄소중립기본계획에서 기후정책 후퇴 논란이 이는 등 이번 정부 들어 추진 의지와 실현 가능성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2030년에 가서야 온실가스를 급격히 줄이는 것으로 돼있는 탄소중립계획을 보면 사실상 감축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이해되는 면이 있다”며 “단순히 한국이 기후클럽에 가입해서 좋다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감축 압력 속에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에 착수해 실질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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