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환 교수의 정치 프리즘] 628년만에 강원특별자치도 시대로

원구환 2023. 5.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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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법
왜 무엇 때문에
만들었는지 불분명
현재 정치적 수사 불과
강원도 명칭 변경
2023년 6월 11일
628년만에 바뀐다
하지만 특별자치도에
상응하는 재정이양 없고
성과 제고를 독려하는
차원의 지원방안만
규정하고 있을 뿐
무엇이 필요한가
지정학적 위치 따른
새로운 비전 재정립
인재등용 관련 특례 인정
지방자치 3요소 확장
지역·사람·자치권
특별한 공간인식 중요
중심지로서의 위상 정립
직접 소통·협력 공간을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이 2022년 6월 10일 제정되었다. 제정 이유는 종전 강원도의 지역적, 역사적, 인문적 특성을 살려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도민의 복리증진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려는 것이었다. 공포 후 1년간의 경과 규정을 두었고 2023년 6월 11일부터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하는데, 특별법 부칙 제2조에 따라 종전의 강원도는 폐지된다. 조선 태조 4년 1395년 음력 6월 13일 교주도와 강릉도를 합쳐 탄생한 강원도라는 이름(도청 홈페이지)이 628년만에 바뀌게 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제주특별자치도에 이어 두번째이고, 전북특별자치도가 세번째로 출범할 예정(2024년 1월 18일)이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출범은 지역 특수성과 고유성을 인정하고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기 위함이지만, 아직 구체화되어 있지 못하다. 가장 먼저 출범한 제주특별법은 2006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는데, 363개 조문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480개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에 강원특별법의 법률 조항은 23개 조문에 불과하다. 시작부터 다르다. 강원특별법이 선언적인 수준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자치조직, 자치행정, 자치재정에 관한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지만, 강원특별법에는 종전 강원도의 규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제주특별법처럼 문화관광, 농어업, 산림, 지역경제산업, 의료 및 복지, 환경, 국토교통, 소비자보호, 소방안전 분야 등과 관련된 특례 규정도 없다. 제주특별법은 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목표도 있었다. 강원특별법은 왜 무엇 때문에 특별법을 만들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아직 강원특별법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수준이다. 현재 강원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전부개정안 논의 자체가 특별법의 미비함을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별한 지위에서 자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치재정력이 중요하다. 제주특별법에는 국가 책무로 국세 이양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강원특별법에는 국가의 책무로 재정 관련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강원특별자치도의 자발적인 성과 제고를 유발하기 위하여 행정적·재정적 지원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자치도에 상응하는 재정 이양은 없고, 강원특별자치도의 성과 제고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지원방안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2023년 예산 기준으로 강원도의 재정자립도는 29.4%에 불과하다. 비슷한 도의 평균 재정자립도 36.75%보다 7.35%p 낮다. 특히 재정의 36.2%는 사회복지비에 사용하고 있다(행정안전부 지방재정365). 국세 이양, 독립 세원 확보를 위한 특례 인정, 중앙정부의 과감한 재정 지원, 지출구조의 혁신이 필요한 이유이다.

강원특별법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선언적 수준이지만, 이제 강원도 시대에서 강원특별자치도 시대로 전환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위상 정립과 특별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비전과 지방자치 구성요소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우선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비전을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지리적으로 강원도는 유일하게 남북으로 갈라진 지역이고, 산업발전시대에 소외된 지역이었다. 분단과 소외는 역설적으로 남북평화, 친환경, 미래 신산업 발전을 위한 자양분이라 할 수 있다. 평화산업, 글로벌 문화관광, 녹색경제, 해양산업, 바이오헬스 등을 중심으로 지역 및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산업이 도출되어야 한다. 평화와 녹색 기반 전략산업 구축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고, 인재들의 2세를 교육할 수 있는 질 높은 공간이 마련되면 자연히 정주 비율이 높아지고, 지역소멸시대에 대응할 수 있다. 산업과 교육의 특별화로 강원특별자치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국가균형발전과도 직결될 수 있다. 강원특별법을 강원도만을 위한 법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의 3요소로 지역, 사람, 자치권을 꼽는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지리적 공간은 기존의 행정구역을 그대로 유지하므로 지역 면적 변화는 없다. 그러나 특별한 공간 인식이 필요하다. 강원특별자치도가 타 지역과 연결되고,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중심지로서의 위상 정립이 필요하다. 타 지역과의 차별화된 연계 전략으로 발전을 도모하고, 지방외교를 통해 세계와 직접 소통,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지방자치의 법제도적 요소에 대한 혁신도 필요하다. 강원특별자치도의 기관 구성 형태를 차별화하고, 인재 등용에 대한 특례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4조에 의하면 강원도민은 주민투표를 거쳐 현재와 같은 기관분립형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방정치 구조를 선택할 수 있다. 지금처럼 도지사와 도의회 의원 선거를 실시할 수도 있고, 도지사만 선출하거나, 지방의회만 선출할 수도 있고, 전문 경영 도지사를 외부에서 영입할 수도 있다. 특별자치도 주민이 선택하면 된다. 주민참정권이 강화되어야 할 이유이다. 지역이 넓어지면 규모의 경제에 따라 효율성은 제고될 수 있으나, 민주성은 하락할 수 있다. 주민참여는 거리와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역적 거리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모바일 중심의 의사결정 방안과 주민참여예산, 주민발안제도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를 이끌어 갈 지방공무원의 채용도 기존의 암기식 선택형 문제에서 인성 및 역량 중심 선발제도로 전환되어야 한다. 객관식 시험 몇 개 더 맞힌다고 공무원의 역량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더불어 자치입법 수준을 강화하고, 스스로 지역 및 산업 발전에 저해되는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할 수 있어야 한다. 강원특별법에서 국가의 책무로 규제완화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규제입증 책임제, 규제 샌드박스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 고향에 기부하여 혜택받고, 내 고향도 살리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동참하는 것도 강원특별자치도 발전을 위한 첫걸음일 수 있다.

■ 원구환=△춘천 출신 △강원고·연세대 △한국국정관리학회장 △제7대 한국지방공기업학회 회장 △한국지방재정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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