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반도체 착시 효과

관리자 2023. 5. 22. 05: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주변 영향으로 어떤 사물이 실제와 다르게 보이는 것을 착시(錯視) 현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분양률 저하가 주택경기 침체로 인한 건설사들의 신규 분양 물량 감소 때문이라면 이를 아파트 가격과 연결 짓는 것은 착시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착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기저 효과 때문이다.

이때 투자자들은 마치 주가가 저렴해진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 역시 무상증자로 인한 착시 효과로 볼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 무역수지 적자 심각한데
그간 반도체 호황에 가려져
수출 경쟁력 하락 인지못해
경제 흐름 제대로 파악하고
올바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착시 벗어나는 냉철함 필요

주변 영향으로 어떤 사물이 실제와 다르게 보이는 것을 착시(錯視) 현상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떤 물체를 볼 때 그 물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물체의 배경까지 본다. 이때 배경의 모양·색깔 때문에 물체를 잘못 인지하면 착시가 일어난다.

착시 현상은 경제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보자. 몇년 동안 폭등세를 보였던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부터 내리막길인 가운데 언제 바닥을 칠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때 판단 지표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신규 분양 아파트의 미분양률이다. 만약 미분양률이 떨어진다면 가격이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전망할 수 있다. 하지만 미분양률 저하가 주택경기 침체로 인한 건설사들의 신규 분양 물량 감소 때문이라면 이를 아파트 가격과 연결 짓는 것은 착시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착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기저 효과 때문이다. 이는 기준이 되는 시점의 가격이 너무 낮거나 높아 비교 시점의 증가율이 과대 또는 과소 평가 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처럼 농산물값과 기름값이 많이 오르면 올해 농산물값과 기름값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는 이상 가격이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물가지표 상승률이 미세하면 마치 물가가 안정된 것처럼 오해하게 된다.

주식시장에서도 착시 효과가 나타난다. 무상증자는 보통 주식 대금을 내지 않고 주식을 추가로 받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호의적으로 생각한다. 또 새로 발행하는 주식만큼 유통량이 늘면서 거래가 활발해지고, 회사의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이미지를 줘 호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무상증자는 기업의 가치를 올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늘어난 주식만큼 1주당 가치가 비례적으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무상증자 직후 주가가 내려간다. 이때 투자자들은 마치 주가가 저렴해진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 역시 무상증자로 인한 착시 효과로 볼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착시 효과를 발견할 수 있다. 금리상승과 경기침체로 금융사에서 빌린 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고 있다. 이것을 집계하는 것이 연체율이다. 아직 우리나라 연체율은 지표상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대출만기연장과 이자상환유예 조치를 해온 정부의 노력이 숨어 있다. 그래서 지표만 본다면 실제 금융시장의 어려움이 덜 반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부문의 착시 효과 중에서도 현재 가장 심각하게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수출이다. 올들어 4월 중순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266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 478억달러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수출 품목을 뜯어보니 자동차를 제외하면 수출이 늘고 있는 품목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또 이런 현상은 연초부터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왜 몰랐을까. 그동안 반도체 수출의 큰 호황으로 인해 다른 업종에서 수출 여건이 나빠지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반도체 호황에 가려 우리의 수출 경쟁력 하락이 눈에 보이지 않았던 이른바 ‘반도체 착시 효과’에 갇혀 있었다. 이같은 착시의 후유증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의 회복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면 무역수지 적자폭이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흑자구조로 반전시킬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착시 효과는 대처 시기를 놓치게 함으로써 생각하지 못했던 당혹스러운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경제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올바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착시 효과에 빠지지 않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김대래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