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63] 총기 규제와 미국 역사
전미총기협회(NRA)를 위시한 총기 산업의 로비가 아무리 강력하다고 한들 미국같이 강력한 국가가 왜 민간인들의 총기 소유 하나를 규제하지 못할까? 미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총기 문제는 피상적인 관측으로는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미국 건국 이후의 역사 전개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미국 수정헌법 제2조는 아마도 미국이라는 연방국가가 존재하는 한 결코 폐기되기 않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시민의 자발적인 무장을 강제적으로 해제한다는 것은 미국 사회와 역사의 정체성을 파괴시키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오로지 시민들의 힘으로 대영제국이라는 폭압적인 전제군주정으로부터 자유와 독립을 쟁취했으며, 서부 이주 과정에서의 숱한 위험들을 시민들의 힘으로 극복하며 세워진 국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끔찍한 총기 사고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집회가 계속해서 펼쳐지는데도, 자신의 권리와 안전은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는 다수 미국인들의 신념은 여전히 굳건하다.
총기 문제나 기후·기근 문제에 대해 소신을 피력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는 총기 규제 집회에서 이 노래를 불러 많은 이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돌아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울고 있어/사랑은 너무 메말라가고/또 하루 그냥 흘러가고/또 한명의 착한 이가 죽어가네(Look around there are too many of us crying/And not enough love to go around/What a waste, another day/Another good one dying).”
총기 사고 사망자의 3분의 2 가까이는 자살자들이다. 하지만 더 가슴 아픈 사실은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자살자 비율이 미국 총기 사고 사망자 비율보다 두 배 더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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