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갈등에… 아파트 시공 계약 줄줄이 해지
재건축·재개발 조합 “수용 못 해”
경기 양주시 삼숭지구에 600가구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었던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양주 힐스테이트 센트럴포레’는 최근 단지명을 ‘쌍용 더 플래티넘 양주’로 바꿨다. 시공예정사였던 현대건설이 자재비 상승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3.3㎡당 507만원에서 619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하자, 지난 13일 조합은 정기총회를 열어 현대건설과 체결한 계약을 해지하기로 의결했다. 대신 3.3㎡당 500만원대 공사비를 제안한 쌍용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단지명도 바꾼 것이다.
재개발·재건축을 비롯한 아파트 건설과 관련,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일부 조합은 갈등 끝에 기존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는 ‘초강수’를 꺼내 들고 나섰다. 통상 공사비는 시공사 선정 및 계약 시점에 정해지지만, 이후 물가 상승 등의 이유로 비용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경우 건설사는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사비를 놓고 시공사와 평행선을 달리는 조합이 많아 앞으로도 계약 해지에 나서는 조합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사비 갈등에 시공계약 해지·분양 연기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16일 대의원회의를 열어 시공사업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과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의결했다. 산성구역 재개발은 아파트 43개 동 3372가구를 짓는 대규모 사업으로, 위례신도시가 인접해 있고 지하철 8호선 산성역도 가까워 실수요자 관심이 많은 곳이다.
조합과 시공단은 2020년 7월 본계약을 체결할 당시 3.3㎡당 445만원으로 공사비를 책정했다. 그러나 시공단은 올해 2월 원자재 값 상승 등을 이유로 3.3㎡당 661만2000원으로 공사비를 증액해달라고 조합에 요청했다. 이는 계약 당시보다 49% 오른 것으로, 조합이 이를 수용하면 조합원 1인당 2억원에 가까운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 결국 조합은 시공단과 계약 해지를 결정하고 오는 26일 시공사 재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이 3.3㎡당 600만원 이상으로는 못 한다는 입장이라 다른 대형사가 입찰에 나설지 미지수”라고 했다.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곳곳에서 공사비 갈등이 벌어지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곳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 수원시 권선6구역 재개발 조합은 시공단과의 공사비 갈등으로 애초 이달 진행할 예정이었던 일반분양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권선6구역의 최초 공사비는 3.3㎡당 423만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조합과 시공단(삼성물산·SK에코플랜트·코오롱글로벌)은 원자재 값 상승 등을 반영해 공사비를 3.3㎡당 538만원 수준으로 변경했다. 그런데 올해 3월 시공단이 공사비를 3.3㎡당 680만원으로 재차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올해 2월로 예정됐던 착공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경기 성남시 은행주공 재건축 조합도 시공사인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최근 조합에 공사비를 3.3㎡당 490만원에서 67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을 겪고 있다.
◇평행선 달리는 시공사와 조합
시공사와 조합 간의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원자재 값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기는 했으나, 시공 계약을 맺었던 1~2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아 건설사들은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 분야 물가지수인 건설공사비지수(주거용 건물)는 지난 3월 150.07로 2년 전(118.50)과 비교해 26.6% 올랐다.
반면, 조합은 공사비 인상을 반영하면 조합원 분담금이 크게 늘어 시공사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분양 시장 상황이 좋으면 일반 분양가를 높여 부담을 해소하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위약금이나 사업 지연을 무릅쓰고 계약 해지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를 꺼리고 있어 시공 계약을 해지하기 전 조합원들이 득실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도 시공사 선정에 실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공사비를 낮추려고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가 사업 자체가 좌초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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