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여름이 두려운 사람들
체온 유지는 인간의 생명권과 직결된다. 인체를 구성하는 정교한 단백질은 37도 안팎 정상체온에서만 기능한다. 35도 이하면 저체온증이다. 신진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경련과 환각, 불규칙한 심장박동 등을 겪다가 사망에 이른다. 40도 이상은 열사병이다. 열에 가장 취약한 부위인 뇌가 손상되면서 체온 조절 기능이 정지되고 열을 몸 밖으로 배출하지 못한다. 치사율이 90%에 이르는데 생존하더라도 식물인간이 되거나 영구적인 뇌 손상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
기후위기, 특히 폭염은 체온 조절을 어렵게 한다. 지난해 유럽에서는 3개월간 40도를 웃도는 폭염에 3만5000명 넘게 숨졌다. 올해 스페인 폭염은 “4만년에 한 번 일어나는 빈도”라는 얘기가 나온다. 열대몬순 기후인 태국의 일부 지역은 여름이 채 오기도 전에 체감온도가 50도를 넘어섰다. 올해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까지 겹쳐 기록적인 지구촌 폭염이 올 것으로 우려된다.
난방이 없어 얼어죽는 것만큼이나 냉방이 없어 쪄죽는 일은 심각한 문제다. 그럼에도 ‘사회적 재난’으로서의 폭염이 낯설다면, 더위를 개인이 참아낼 몫으로 여겨온 오랜 문화의 영향일 것이다. 성냥팔이 소녀나 <플랜더스의 개> 네로처럼 추위로 죽는 문학 속 주인공은 많아도 열사병이 사인인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인간이 일으킨 환경 재난인 오늘날의 폭염은 평등하지 않다. 냉방설비를 갖추고 전기료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에너지약자 간에 양극화가 극명하다. 65세 이상은 땀샘이 적어 몸 밖으로 열을 배출하기 어렵다. 유독 고령자 폭염 피해가 많은 이유다.
올 들어 두 차례 전기료가 오르며 여름나기가 걱정이다. 에어컨보다 전력소비가 적은 선풍기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인구 91.8%의 거주지인 도시의 폭염 피해는 열섬 현상 때문에 교외지역의 4배에 달한다. 무더위 쉼터를 비롯해 지자체마다 비상한 대비가 필요하다. 21세기 말 한반도 폭염 일수는 최악이던 2018년의 약 3배(86.4일)로 급증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농업·축산업·산업시설의 물 부족 사태와 산불을 일으키는 폭염을 이기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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