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중국의 국제전략 ‘통일전선’

한겨레 2023. 5. 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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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두 정상은 중국과 프랑스의 양자 문제뿐 아니라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세계의 창]왕신셴ㅣ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소장

‘통일전선’은 ‘무장투쟁’, ‘당 건설’과 함께 중국공산당의 3대 마법의 무기로 꼽힌다. 소련의 투쟁 이론에서 비롯된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은 정권 수립 이전 당내 투쟁과 국공내전 등에 쓰였고, 건국 뒤 중-소 대립 시절에도 활용됐다. 최근에는 미-중 간 치열한 전략경쟁 속에서 ‘부차적인 적과 연합해 주적과 싸우고’, ‘연합하며 동시에 싸우고’, ‘적의 내부 모순을 활용하고’, ‘독립성과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중국 당국의 노력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다음은 최근 중국의 국제 통일전선에 관한 몇가지 관찰이다.

첫째, 중국의 국제 통일전선에서 최우선 순위는 대중적 지지 기반을 확대하고 높은 도덕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 이후 중국은 외교정책에 큰 변화를 꾀하는데, 이전 ‘늑대전사’ 외교 대신 ‘평화중재’ 외교로 방향을 튼 것이다. 중국은 최근 이란-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터키-이집트, 심지어 캄보디아-미얀마 간 갈등까지 중재하려 나서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미-중 관계에서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 내건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 ‘인류 운명공동체’ 등의 이념을 현실화해 보여준다. 중국은 이미 다양한 국제분쟁에서 자신과 미국의 차이점을 알리고 강조하기 위해 대대적인 선전 캠페인을 시작했다.

둘째, 중국의 주적은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이지만, 미국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중국은 미국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최근 미 국무장관과 재무장관, 무역대표부 대표, 상무장관, 심지어 국방장관까지 중국에 회담을 제안했지만 중국은 대부분 답장을 하지 않거나 건성으로 답하는 방식으로 일관했다. 이는 상대가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약자의 협상 전략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양대 정당의 대선 예비경선이 시작되고 미국 부채 문제의 마감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상대의 자중지란을 잠시 지켜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왕이 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8시간 회동한 것에서 보듯, 미-중 간 대결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다.

또 중국공산당은 미국을 무시하면서도 최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양안 관계 발언과 미국과 함께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등 미국의 동맹국에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 최근 독일 자동차 기업 베엠베(BMW)의 ‘아이스크림 사건’(4월20일 상하이모터쇼에서 베엠베가 외국인에게만 아이스크림을 줘 중국인들이 분노했다)도 단순히 중국의 민족주의적 감정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이 일본·필리핀 등에 취한 조처도 마찬가지다. 특히 중국공산당이 강렬한 반응을 보이는 대부분이 대만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외곽을 넓히면서 중간지대 국가를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3월 양회 이후 시진핑 주석은 스페인·싱가포르·말레이시아·프랑스·브라질·아르헨티나 등 국가 지도자를 중국으로 초대했다. 지난해 11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시작으로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지도자 여럿이 중국을 찾았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대만 문제에서 중국과 의견 차이를 보였지만, 미-중 경쟁에서 유럽 국가들의 이해가 미국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도 베이징이 거둔 수확이다. 중국은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간지대로 삼고 있는데 최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잇따라 위안화 결제를 선언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중 전략경쟁이 이미 5년이 지났고, 미-중은 자신의 리듬과 보폭을 조절하고 있다. 미국은 국내 정치 경쟁이 내년 말까지 계속될 것이며, 베이징은 국제 통일전선에서 좌파와 연합하고, 중도를 끌어당기며 우파를 때리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 사이에 낀 국가는 반드시 더 유연한 전략을 가져야 새로운 변화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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