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문화재 킬러' 흰개미까지 … 벌레떼의 서울 공습

홍혜진 기자(honghong@mk.co.kr),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김정석 기자(jsk@mk.co.kr) 2023. 5. 2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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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서 외래 흰개미 발견
환경부 긴급방제후 역학조사
밤마다 5㎝ 동양하루살이 공습
조명따라 우글우글 시민 불편
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원인
지난 19일 서울 잠실야구장 객석에서 촬영한 동양하루살이 떼. SNS 캡처

서울 도심이 '곤충 소동'으로 발칵 뒤집혔다. 날개를 펴면 5㎝에 이르는 대형 하루살이가 서울 밤거리에 떼를 지어 등장한 데 이어 목조 건축물을 갉아 먹어 붕괴에 이르게 하는 외래종 흰개미가 서울 강남구에서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일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팅커벨'이라고도 불리는 '동양하루살이'는 최근 해가 지면 밝은 조명 근처로 몰려들어 인근 주민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 동양하루살이는 사람을 물거나 동식물에게 질병을 옮기지는 않아 해충으로 볼 수 없지만 개체 수가 어마어마해 사람들에게 큰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서울 강남·강동·광진·성동구 등 한강 수계 지역에서는 가로등 주변은 물론이고 상점 유리에도 하루살이가 떼로 나타나 상인들이 장사에 차질을 빚는 형편이다. 잠실야구장 역시 경기장 조명을 향해 하루살이 무리가 들이닥쳐 선수들이 손으로 벌레를 쫓으며 힘겹게 경기를 치르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강남구 논현동에서는 해외에서 목조 건물을 붕괴시키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위험 흰개미가 발견돼 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환경부는 지난 17일 논현동 주택에서 발견된 외래 흰개미류에 대해 18~19일 현장조사 및 긴급 방제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외래 흰개미류 사체 2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국립생태원이 현미경으로 정밀 분석한 결과, 최근 발견된 외래 흰개미들은 '마른나무흰개미과(Kalotermitidae) 크립토테르메스(Cryptotermes)속'으로 확인됐다. 크립토테르메스속 외래 흰개미류는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목재 건축물·자재에 큰 피해를 끼치는 종이다. 습기가 있는 나무만 갉아 먹는 국내 흰개미류와 달리 이번에 발견된 외래종은 물기가 바싹 마른 나무까지 갉아 먹어 위험성이 더 큰 해충으로 분류된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주택에서 발견된 외래 흰개미. 환경부

이 외래 흰개미류가 어떻게 한국에 유입됐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확한 국내 유입 경로는 아직 파악되지 않아 실내 목재 문틀(섀시)에서 서식해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추후 역학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과 경상대는 발견된 흰개미 사체에 대해 추가로 유전자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한 최종 종 확인까지는 일주일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정환진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외래 흰개미류를 발견하면 국립생태원 외래 생물 신고센터(041-950-5407, kias.nie.re.kr)에 즉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흰개미와 하루살이 같은 곤충 개체의 증감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엘니뇨 같은 기상현상이나 천적, 먹잇감과의 상호작용 등 여러 요인으로 곤충 개체가 폭증하는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폭증의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지목된다. 하루살이 유충은 물속에 산다. 온난화 때문에 수온이 상승하며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국내에서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다가 최근 비가 내린 것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후변화로 극심한 가뭄과 강우가 이어져 하루살이 개체 증감의 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흰개미 출몰에도 기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해충 연구를 총괄하는 이흥식 박사는 "강남에서 발견된 외래 흰개미는 추운 날씨에서는 살지 못하고 집 밖에선 살 수 없다"고 말했다. 흰개미가 짝짓기 시기를 맞이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박현철 부산대 생명환경화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개체에 날개가 달려 있는데 이는 짝짓기를 위한 것"이라며 "흰개미가 안정적 군집을 이룬 뒤 짝짓기에 나서면서 서식지 밖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혜진 기자 / 고재원 기자 /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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