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숲' 뉴욕, 무게에 짓눌려 가라앉는 중
지반 해마다 1~2㎜씩 낮아져
맨해튼은 침하속도 2배 더 빨라
해수면 상승 더해져 피해 커질 듯
미국 뉴욕의 명품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대형 고층 빌딩들이 역설적으로 이 도시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뉴욕 곳곳에 빼곡히 들어선 육중한 건물들이 지반을 짓눌러 뉴욕의 수몰·홍수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지질조사국(USGS) 소속 지질학자인 톰 파슨스가 이끄는 연구팀이 뉴욕시가 매년 1~2㎜씩 가라앉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뉴욕포스트가 보도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롱아일랜드 등 뉴욕을 구성하는 각 지역이 모두 침하 징후를 보였다. 특히 마천루가 밀집한 맨해튼은 침하 속도가 2배가량 빠르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해당 연구팀은 "빅애플(뉴욕시의 별칭)은 잠들지 않는 도시일지는 모르겠으나 가라앉고 있는 도시임은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도시 곳곳에 포진돼 있는 고층 건축물이 뉴욕이 가라앉는 이유로 지목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뉴욕 전역에 걸쳐 100만개에 달하는 건물들의 전체 무게는 7억60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코끼리 1억4000만마리의 몸무게와 맞먹는다. 또한 프랑스 파리의 거대 건축물인 에펠탑의 무게가 1만1000t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7만개 에펠탑이 뉴욕시를 짓누르고 있는 셈이다.
고층 건물들이 세워진 지반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포함한 뉴욕 주요 고층 건물은 단단한 암반 위에 세워졌다"면서도 "일부 빌딩은 모래와 점토가 섞인 지반에 건설돼 침하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반 침하 현상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위협에 노출된 뉴욕을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 실제로 뉴욕을 둘러싼 해수면은 1950년 이후 약 22㎝ 상승했다. 뉴욕시 기후변화 자문위원회에 따르면 뉴욕시의 해수면은 2050년대까지 최대 76.2㎝, 21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최대 18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기후변화 연구단체 클라이밋센트럴의 추산 결과에 따르면 해수면이 180㎝ 상승했을 때 뉴욕 남부 상당수 지역이 수몰될 가능성이 크다. 범람 위험 지역 인구도 약 130만명에서 220만명으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반 침하가 이어지면 폭우에 따른 홍수 피해가 가중될 우려도 있다. 실제로 뉴욕에선 최근 많은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배수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하철과 주택 등이 침수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2012년 뉴욕에서는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지하철 일부가 침수되고 44명이 사망했다. 2021년에는 허리케인 '아이다'가 뉴욕의 일부 지역에 홍수를 일으켜 13명이 익사했다.
연구팀은 "바닷물에 침수되는 홍수 피해가 반복되면 건물을 지반에 고정하는 철강 구조가 바닷물에 노출돼 녹이 슬 수 있어 건물 이용자들의 안전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을 이끈 톰 파슨스 연구원은 "뉴욕시가 직면한 위험은 전 세계의 다른 많은 해안 도시에도 적용될 것"이라며 "뉴욕과 다른 해안 도시들은 서둘러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엔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큰 대도시 10곳 중 해안가에 인접해 있는 도시는 도쿄, 뭄바이, 뉴욕, 상하이, 라고스, 로스앤젤레스, 콜카타,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8곳이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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