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위반 英내무장관, 벌점 안받으려 '특별교육' 부당 지시"

정성조 2023. 5. 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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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부 장관이 작년 과속 운전을 한 뒤 벌금·벌점 부과를 피하기 위해 부하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무부 소식통에 따르면 브레이버먼 장관은 부하 직원들이 말을 듣지 않자 본인의 보좌관 중 한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브레이버먼 장관의 측근들은 그의 행동이 장관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벌점을 받았으니 궁극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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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공무원에 '1대1 교육 조율' 지시"…여당서도 "행동강령 위반" 지적
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부 장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부 장관이 작년 과속 운전을 한 뒤 벌금·벌점 부과를 피하기 위해 부하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레이버먼 장관은 법무상에 재직 중이던 작년 여름 자동차 규정속도 위반으로 적발됐다.

당시 그는 ▲ 벌금과 벌점 3점 ▲ 벌금·벌점 대신 강의 수강 ▲ 이의 제기 등 세 가지 옵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브레이버먼 장관은 과속 운전자 단체 강의를 골랐다. 영국에서는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이 있는 경우 경찰의 위탁을 받은 민간 업체 교육을 듣는 방식으로 처벌을 갈음할 수 있는데, 이 교육은 보통 강사 두 명에 운전자 25명이 그룹을 만들어 참여한다. 브레이버먼 장관의 측근은 그가 벌점으로 보험료가 할증될 것을 우려해 강의 수강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후 당 대표 후보 경선에까지 나섰던 그는 작년 9월 리즈 트러스 내각에서 내무장관에 임명됐고, 임명 직후 내무부 공무원들에게 자신만을 위한 '1대1 특별 운전자 교육'이 열리도록 협상해보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브레이버먼 장관의 측근들은 장관의 교통법규 위반 사실이 알려질까 봐 이런 요청을 한 것이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더타임스는 내무부 직원들이 브레이버먼 장관의 사적인 일에 연루되지 않으려고 요청을 듣고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내각 사무처에 문의해 '브레이버먼 장관의 일을 거들지 말라'는 회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무부 소식통에 따르면 브레이버먼 장관은 부하 직원들이 말을 듣지 않자 본인의 보좌관 중 한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때부터 운전자 강의 담당 업체에는 브레이버먼 장관이 가명을 쓰고 카메라를 끈 채 온라인 수업에 참여해도 되는지 등 여러 차례의 문의가 들어갔다. 업체는 브레이버먼 장관을 위해 규칙을 바꿀 수는 없다며 요청을 거부했다.

브레이버먼 장관의 측근들은 장관 본인은 보좌관이 자신을 대신해 이런 요청을 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브레이버먼 장관은 작년 10월 트러스 내각에서 자신의 정치적 동지에게 개인 이메일로 중요 문서를 보낸 의혹으로 사임했다가 리시 수낵 현 총리에 의해 일주일도 안 돼 복직한 바 있다.

더타임스는 그가 다시 장관직을 맡은 뒤 운전자 강의 수강을 포기하고 벌금·벌점을 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브레이버먼 장관의 측근들은 그의 행동이 장관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벌점을 받았으니 궁극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장관 강령은 "장관은 공적 의무와 사적 이익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번 일이 알려지면서 브레이버먼 장관의 자리가 다시 흔들리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보수당 중진 의원은 브레이버먼 장관의 처사가 신뢰와 투명성, 정직성을 요구하는 공무원 행동강령에 저촉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이베트 쿠퍼 의원은 수낵 총리에게 조사 착수를 촉구했다.

영국 총리실은 브레이버먼 장관 사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내각사무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정부 부처 간에 조언이 있었는지,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앞서도 영국에서 교통법규 위반 문제로 장관이 물러난 일이 있다. 에너지부 장관이던 크리스 휸은 2003년 과속 단속 후 벌점을 떠넘기기 위해 "부인이 운전대를 잡았다"고 거짓 진술을 해 2012년 물러났고 이듬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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