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끝 3열도 안락하고 넉넉… 대형 SUV 최대 난제를 풀었다

이승훈 기자(thoth@mk.co.kr) 2023. 5. 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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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뉴 X7 타보니
1·2·3열 각 2인 탑승 '6인승'
패밀리카 내세운 SUV답게
3열 천장 별도 선루프 '백미'
V8이 주는 묵직한 엔진소리
고성능 M이 한층 끌어올려줘
BMW X7. BMW 코리아

BMW에 있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특별하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차량이지만 한동안 여기에 안주하다가 브랜드 자체가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2010년대에 여성 운전자도 혹할 정도로 잘 빠진 디자인의 SUV를 앞세운 경쟁사 탓에 판매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SUV에 여성 고객이 더 큰 관심을 보이면서 BMW에도 고민이 생겼다. 이러한 고민을 반영해 절치부심해서 내놓은 모델이 BMW의 SUV 플래그십인 X7이다.

차급으로 X7은 메르세데스-벤츠의 GLS와 경쟁관계에 있는 모델이다. 벤츠가 기존 GL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GLS를 만들어낸 것과 달리 BMW는 X5의 아이덴티티를 충분히 계승한 X7을 2019년 출시했다. 다른 접근 방법을 택했지만 아직까지 X7의 판매는 순항 중이다.

첫 출시 후 3년여 만에 부분변경이 된 BMW X7을 최근 시승했다. 시승 모델은 고성능 M 퍼포먼스 모델인 뉴 X7 M60i xDrive다. 시트 2개가 3열로 나란히 배치된 6인승으로 가격은 1억7960만원(개별소비세 3.5% 적용 기준)이다. 시동을 걸면 8기통의 묵직한 가솔린 엔진이 웅장한 소리를 낸다. 요즘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 정도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다소 마음이 아릴 수도 있지만 이런 소리에 가슴이 먼저 반응해 뛰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530마력의 힘에 최고 시속 250㎞,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 4.7초의 성능은 시승에는 사치였다. 이번 시승의 목적은 가족과 함께하는 '패밀리카'로서 X7의 진가를 느껴보는 것이다. 가족을 뒷자리에 태우고 250㎞를 달리는 것은 가장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3열 시트가 있는 차량의 가장 큰 단점은 마지막 3열이 답답하다는 점이다. 성인이 앉기에 천장이 낮거나 앞좌석에 무릎이 닿는 경험을 토로하는 사례가 많다. 3열 좌석을 안락한 수준으로 세팅하면 트렁크 공간이 없어져 낭패다. X7은 그런 면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우선 3열 천장에 독립적으로 장착된 선루프가 인상적이다. 1열과 2열이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 스카이라운지'로 개방감을 누릴 수 있다면 3열 또한 만만치 않은 탁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2열에 못지않게 안락한 좌석과 넉넉한 실내 공간은 마지막 줄에 앉게 될 자녀의 분노를 가라앉혀 줄 것이라는 기대마저 든다.

시동을 건 뒤 표효하는 엔진이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디스플레이를 살펴봤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은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활용해 운전석 계기판부터 센터페시아까지 끊김없이 하나로 휘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X7 역시 계기판은 12.3인치, 센터페시아에는 14.9인치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붙어서 구성돼 있다.

BMW의 장점은 앉은 자리에서 대부분의 버튼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다른 차량에 비해 거리감이 적어서 버튼 조작 등이 쉬웠다. 다만 아쉬운 것은 과거부터 그랬지만 BMW의 유저인터페이스(UI) 자체가 사용자에게 익숙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직관적으로 느껴지기보다 한번 더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시승차여서 로그인이 되지 않아 내부 기능을 충분히 누릴 수 없었던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차량 운행을 위해 기어를 찾다가 잠시 당황했다. 수많은 차를 시승하며 다양한 기어를 경험했던 필자에게 X7의 기어 설렉터 레버는 낯설었다. 적응에 시간은 좀 걸렸지만 덕분에 센터콘솔에서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있었다. 조수석 앞에 위치한 일루미네이티드 앰비언트 라이트 바는 고급스러웠다. 야간 운전 시 상황에 맞춰 다양한 조명 효과가 나와 운전의 색다른 재미를 부여했다.

8기통 엔진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연비다. 물론 이 정도 가격의 차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연비 걱정은 사치일 수 있다. 실제 공인연비도 ℓ당 6.9㎞ 수준이었다. 하지만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돼 실제 체감한 연비는 이보다 훨씬 높았다. 고속도로 주행 때에는 ℓ당 10㎞가 훌쩍 넘는 놀라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훌륭했다. 스톱 앤드 고 기능이 포함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조향·차로 유지 보조 기능으로 고속도로 운전이 편했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 대부분에 이러한 기능이 장착돼 있지만 왠지 X7의 기능은 더욱 믿음직스러웠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또한 크기가 커져 기존보다 볼 수 있는 정보량이 훨씬 많았다.

시승 목적이 패밀리카였던 만큼 함께 차를 즐긴 가족의 의견을 물었다. 3열에 앉았던 자녀는 편안한 시트와 둔턱에서 울렁거리는 느낌이 없었다는 점을 얘기해줬다. 조수석에 주로 앉는 배우자는 SUV답지 않게 놀랍도록 편한 2열 승차감을 전해줬다. 시승이 끝날 때까지 조수석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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