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전쟁과 죽음, 조국…150년 뒤에도 공감할 수 있는 핵심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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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 (ROH)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MET). 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 두 곳에서 최근 오페라 <아이다> 를 각각 무대에 올렸다. 아이다>
베르디의 <아이다> 는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두 국가 사이의 전쟁을 배경으로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 그리고 라다메스를 짝사랑하는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의 삼각관계를 다룬다. 아이다>
MET의 <아이다> 는 '파라오 시대의 이집트'라는 오페라 속 배경을 웅장한 스케일로 구현했다.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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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 (ROH)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MET). 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 두 곳에서 최근 오페라 <아이다>를 각각 무대에 올렸다.
베르디의 <아이다>는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두 국가 사이의 전쟁을 배경으로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 그리고 라다메스를 짝사랑하는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의 삼각관계를 다룬다. 같은 오페라지만 두 극장이 선보인 무대는 서로 전혀 달랐다.
하나의 오페라, 두 개의 해석
MET의 <아이다>는 '파라오 시대의 이집트'라는 오페라 속 배경을 웅장한 스케일로 구현했다. 이는 지극히 일반적인 방식으로 그간 <아이다>는 '이국'에 대한 판타지를 마음껏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어 왔다. 많은 중장년층이 초등학교 운동회 음악으로 기억할 '개선 행진곡' 장면은 특히 그 같은 연출의 정점을 찍는다. 에티오피아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군대를 맞이하며 이집트의 영광을 칭송하는 이 장면에서 대부분의 프로덕션은 예산이 허락하는 한 가장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2003년 한국 잠실 주경기장에서 공연된 <아이다>에서는 말은 물론이고 코끼리에 낙타까지 출연시키기도 했다. MET 역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신상(神像)과 열주를 배경으로 150명의 배우, 94명의 합창단, 6명의 주연 가수, 4마리의 말을 동원해 장대한 스펙터클을 선보였다.
반면 ROH의 <아이다> 무대에는 낙타는 물론 파라오도 피라미드도 없었다. 연출가 로버트 칼슨은 장식적인 요소를 모두 거둬내는 대신 오페라에 빈번히 등장하는 세 단어에 초점을 맞췄다. 전쟁, 죽음, 그리고 조국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강대국의 약소국 침범으로 시작되는 전쟁은 베르디 이전에도, 이후에도 수없이 반복되어 온 역사이니만큼 <아이다> 역시 현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얼마든지 재해석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결과 무대에는 신전 대신 노출 콘크리트 벽이 높이 세워졌다. 병사들의 군복은 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짐작하게 할 뿐, 국가를 특정할 수 없다. 이 가상의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는 세계정세를 결정짓는 강대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의 국기를 조합한 모양이다. 에티오피아와의 전투에 앞서 무기를 축복받기 위해 찾는 벌컨의 신전은 교회로 바뀌고, 고위 성직자 대신 군 장성이 등장한다.
반전反轉을 통한 반전反戰
앞서 말한 2막 2장의 개선 행진곡 장면은 기존 해석과 전혀 다른 의미에서 압도적이었다. 금빛 트럼펫 소리는 승리의 영광을 찬양하는 대신 장례식의 시작을 알린다. 무대는 행진하는 승전병이 아닌 국기로 덮인 참전용사들의 관으로 그득하다.
엄숙한 표정으로 장례식을 내려다보는 왕과 공주 암네리스의 등 뒤로 전사자들의 사진이 한 장 한 장 모자이크처럼 떠오르다 이윽고 벽면 전체를 가득 채운다. 이어 조준을 돕는 십자선과 함께 목표지점을 찾아 움직이는 카메라, 투하되는 폭탄과 피어오르는 먼지 구름, 물살을 가르며 전진하는 잠수함 등 병사들의 죽음을 초래한 전쟁의 참상이 적나라하게 영상으로 보여진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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