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 비인두암 이겨내고 얻은 것[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3. 5. 2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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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우빈,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김우빈은 그 누구보다도 깊었다. 넓어졌고 여유로워졌다. 2017년 비인두암 진단을 받고 2년여 투병하던 그가 병을 이겨내고 얻은 건 ‘당연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이었다. 그는 모든 것에 감사해했다.

“쉬는 기간에 정말 많은 응원과 힘을 받았어요. 그 중에 ‘우빈씨, 나도 암이었는데 지금은 엄청 건강해. 그러니까 걱정하지마’라는 말들에 정말 큰 힘을 얻었고요. 간혹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안 좋은 얘기도 있어서 상처도 받았는데요, 블로그에서 잘 회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환우들의 글을 보면 진짜 힘이 났죠. 가족 외에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그때 느꼈어요. 저도 앞으로 더 건강 관리를 잘 하면서 제 위치에서 할 일을 열심히 하면 비인두암 환우들도 절 보며 힘을 얻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들도 다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우빈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시리즈 ‘택배기사’(감독 조의석)로 돌아온 소감부터 촬영 후기, 그리고 투병 이후 더욱 소중해진 삶에 대한 짙은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배우 김우빈, 사진제공|넷플릭스



■“극 중 흡연 연기는 CG효과,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극 중 난민에게 산소와 희망을 배달하는 전설의 택배기사 ‘5-8’로 분해 묵직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특히 ‘마스터’(2016) 이후 조의석 감독과 두번째로 만나 디스토피아의 암울한 이야기를 완성한다.

“출연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조의석 감독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당시엔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를 쓰는 상황이라 대본을 읽어보니 ‘어쩌면 이런 일이 진짜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흥미로웠고 궁금해졌어요. 캐릭터들이 살아있었고, ‘5-8’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출연하게 됐습니다.”

‘5-8’은 탁월한 파이터이자 ‘블랙나이트’의 수장이기도 하다. 흡연을 즐겨하는 캐릭터성 때문에, 작품 공개 직후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건 다 CG로 처리한 거였어요. 대본에서 굉장히 담배를 많이 피는 인물인데, 감독이 제 건강 때문에 그 설정을 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5-8’과 담배는 잘 어울리는 것 같았고, 그 설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죠. 감독이 CG팀과 상의한 후 담배 연기를 효과로 넣기로 했어요. 모형 담배로 연기를 했는데, 사실 어색하긴 했죠. 머리로 연기가 올라오는 동선을 생각하면서 ‘이쯤되면 눈이 따갑겠지’ 이런 식으로 연기를 했거든요. 다행히 완성본을 보니까 진짜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

함께 연기한 ‘사월’ 역의 신예 강유석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스로 빛나는 배우예요. 제가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죠. 처음 봤을 때부터 ‘감독이 이래서 캐스팅했구나’ 싶을 정도로 ‘사월’ 같았고, 빛나는 눈빛과 에너지, 장난스러운 행동들, 애교까지 모두 완벽했어요. 그래서 연기할 때 전 그냥 그를 바라보기만 하면 됐고요.”

배우 김우빈, 사진제공|넷플릭스



■“예전엔 일이 먼저였던 나, 지금은 제 삶이 더 중요해”

2008년 서울패션위크 데뷔 이후 배우로 전향해 달려온지 벌써 15년째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를 절감하고 있다는 그다.

“아무래도 낯을 가리는 편이라 새로운 사람들과 작업하는 게 어려웠는데요. 지금은 그때보단 많이 익숙해졌어요. 또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이젠 ‘잘하려고만 생각하지 말고 연기하자’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하면 할 수록 어려운 게 연기인 것 같아요.”

모델 출신 배우로서 후배 모델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내비쳤다.

“예전 모델 일을 할 때 아르바이트로 지망생들에게 워킹을 가르친 적이 있어요. 제자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그들 중 하나는 실제 데뷔도 했고요. 가슴에 뜨거운 뭔가가 생겨서 뿌듯하더라고요. 저도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될 진 모르겠지만, 후배들을 다시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거부하고 싶진 않아요. 제 노하우를 전해주는 건 즐겁고 좋은 일이니까요.”

그의 삶은 ‘투병’을 극복한 이후 더욱 다채로워졌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 깊게 성찰했다고.

“쉬면서 지난 시간을 자주 돌아봤어요. 이전엔 제게 일이 전부라 제 삶이 거의 없었다는 게 정말 속상하더라고요. ‘만약 아프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진짜 나를 찾아야지’란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 삶이 더 중요해요. 연기는 직업일 뿐이고, 최대한 제 삶의 루틴을 깨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아프기 전엔 제가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줄 알고 남들 영양제는 챙기면서 정작 저는 안 먹었거든요. 당연한 걸 한 번 잃어버려보니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줄 알게 됐어요. 다 같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도 더 커졌고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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