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개월 째 장기 흥행 중'…달라진 극장 풍경 [N초점]

정유진 기자 2023. 5.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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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물의 길'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극장가의 흥행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3개월에서 길게는 5개월 이상 장기 흥행을 이어가는 작품들이 많아진 것. 2-3주 안에 의미 있는 성적을 낸 뒤 두 달이 채 되기도 전에 극장을 떠나 부가판권 시장에 풀리던 팬데믹 이전 흥행작들의 패턴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지난 1월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 18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누적관객수 465만3351명을 기록 중이다. 1월에 개봉한 이 영화는 무려 5개월째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또 다른 장기 흥행작의 대표 주자는 공교롭게도 또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난 3월에 개봉해 세 달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누적관객수는 540만7632명이다.

장기 흥행한 영화는 두 작품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아바타: 물의 길'은 5월 초까지만 해도 극장 관람이 가능했다. '아바타: 물의 길'과 비슷한 시기 개봉한 우리나라 뮤지컬 영화 '영웅'도 무려 4개월간 극장에 걸렸다가 3월부터 VOD와 극장에서 동시 상영을 시작했다. 극장에 오래 걸리는 작품은 블록버스터 영화들만은 아닌데, 평이 좋은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도 몇개월간 상영하는 경우들이 왕왕 있다. 지난 2월에 개봉한 '다음 소희'나 3월에 개봉한 '더 웨일' 같은 작품들이 여전히 극장 관람이 가능한 작품들이다.

'뉴스1 DB ⓒ News1 김민지 기자

이처럼 극장에 오래 남는 작품들이 많은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영화 업계 관계자들은 이것이 사실상 '한국 영화의 위기'라고 부르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한다. 이 '위기'는 영화의 흥행이 예전만큼 쉽지 않기 때문에 시작됐다. 그리고 한국 영화의 흥행이 쉽지 않아진 이유로 가장 자주 꼽히는 것은 관객들의 달라진 영화 선택 패턴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상승한 티켓값이나 OTT 플랫폼의 활성화 등의 요인으로 인해 요즘 관객들은 먼저 본 관객들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참고해 관람할 영화를 고른다. 무비고어(moviegoer)라고 불리는, 극장을 규칙적으로 찾는 관객 층이 먼저 영화를 보고 입소문을 내고 난 뒤에야 가끔씩 극장을 찾는 일반 관객들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을 택해 영화를 보는 식이다. 무비고어가 아니더라도 요즘에는 특정 장르나 작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소수의 관객이 먼저 영화를 본 뒤에 좋은 입소문을 내면 타깃 층 밖에 있던 관객들도 관심을 갖게 되는 패턴으로 흥행이 진행된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뉴스1에 "요즘 관객들은 검증된 영화를 찾는다, 그러다 보니 과거처럼 첫 주에 모든 스코어가 몰리던 현상이 적어졌다"며 "흥행 실적 곡선이 가파르게 올라갔다 뚝 떨어지던 예전과 달리 완만해졌다, 한 작품의 최종 스코어를 트레킹 해보면 첫 주에 흥행하기보다는 천천히 스코어가 올라가는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극장도 결국엔 시장의 법칙에 따라 간다, 극장 입장에서 좌석판매율이 떨어지지 않는 작품은 수요가 있는 것이고, 공급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위기는 새로운 전략을 필요로 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장기 흥행으로 성공을 맛본 배급사 NEW의 임성록 홍보실 과장은 최근 들어 영화 홍보 마케팅 전략의 방향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말했다. 임 과장은 "과거에는 개봉 전 최대만 많은 분들에게 작품을 알리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개봉 후 입소문을 유지할 수 있는 홍보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려고 한다"며 "개봉 2주차부터 관람객이 확산하는 양상인 이른바 '우상향 변화'에 따라 장기 흥행을 목표로 개봉 준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개봉 첫 주에 방송 출연과 인터뷰 등 홍보활동을 몰아서 했다면 요즘에는 개봉 2, 3주차에도 영화 주인공들이 유튜브나 방송에 출연해 영화를 홍보하고 배급사와 극장이 협업해 'N차 극장' 굿즈 특전을 주는 등의 전략을 사용한다.

국내 최대 극장 체인인 CGV의 황재현 전략지원담당 역시 이 같은 마케팅 방식의 변화를 적극 지지했다. 황 담당은 "극장에서 영화를 꼭 봐야하는 이유를 만들어줄 만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며 "올해 개봉한 외화들은 관객들에게 '경험 마케팅'을 제공했던 것 같다, 색다른 상영 방식이라든가 굿즈 등을 가지고 타깃이 되는 관객들의 관심을 계속 끌어올만한 전략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면 한국 영화는 좋은 작품들이 많았음에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아쉽게 끝나버린 작품들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로는 드물게 100만 관객을 넘기는 데 성공한 '드림'이 팝업 스토어를 열거나 활발한 무대인사를 진행하는 등 초반 타깃 관객층의 특성에 맞는 마케팅을 한 사례라고 예를 들었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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