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미 · 중이 싸울 때, 우리가 이득 볼 방법은 없을까?

김범주 기자 2023. 5. 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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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분쟁 속 한국의 해법은?


깐깐해서 남 주자 네 번째 시간, 반도체 이야기를 끝내보겠습니다. 미국이 반도체 문제에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알아봤는데, 이번엔 그러면 그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그걸 넘어서 한판 업어치기로 오히려 반전을 만들 방법은 없나,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려면 칼을 빼 든 미국이, 우리 반도체 기술과 산업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높게 평가하면 후한 대우를 하겠고, 낮게 평가하면 대충 밀어붙이겠죠. 그런데 전에 힌트를 드린 대로, 적잖이 쉽게 봅니다. 이 책의 서문에 힌트가 담겨있습니다.

한국이 반도체 산업을 키운 게, 대부분 미국 덕이라고 평가합니다. 미국이 허락했고, 미국 기술 가지고 시작했고, 그 물건 또 미국이 사줘서 큰 거라고 말이죠. 그런 거 다 미국이 할 수도 있었는데, 제조는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한테 넘겨주고, 미국은 그 위에서, 소프트웨어로 더 많은 돈을 버는 쪽을 선택한 거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한국이 정정당당하게 사업을 벌이지도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정부가 돈 대주고, 교육해서 인재들 키워내고, 외국 반도체 수입 막아서, 국가 주도로 잘 된 거다, 뭐 자랑할 게 있냐, 이렇게 또 몰아치죠.

그런데 최근 한 5년 보니까, 미국이 개발하는 최첨단 반도체를 대만과 한국에서만 찍어낼 수 있게 됐는데, 중국도 있고 북한도 있고 해서 좀 불안해 보이더라, 그래, 뭐 이제 가져올 때가 됐다, 이렇게 판단했다는 겁니다.


뭐, 인정할 건 인정할 게, 처음에는 우리가 기술도 없고 돈도 없고 그럴 때라서, 없는 집 살림에 쥐어짜서 지원도 했고, 잘 나가는 외국 기술 커닝도 하고 베끼기도 하고 그러긴 했죠. 그런데, 그걸로만 세계 1등 할 수 있습니까. 한국이 반도체 성공하는 과정만 가지고도 깐깐남 한 편을 다 채울 정도로, 고민과 고생과 결단을 한 결과란 말이죠.


그런데 이제 와서 부잣집 아들이 딱 나타나서, "야, 내가 안 해서 이렇게 된 거지 못해서 안 한 게 아니거든, 원래 내 거였잖아, 이제 필요해졌으니까 이제 가져와 그거" 이러는 셈입니다.

그런데요, 부잣집이 전부 다 그런 건 아닌데, 일부는 2루에서 태어났는데 자기가 2루타 친 줄 안다고, 모든 걸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하고 삿대질하고 싸우는 거보다, 적절히 좀 기분 맞춰주면서, 현명하게 역이용할 수 있으면 역이용해서, 우리한테 유리하게 판을 돌리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우리에게 판을 돌릴 수 있느냐, 두 가지 정도 시나리오를 제시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중국을 이용해서 우리가 실리를 벌어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이제이' 같은 거죠.

현재 반도체 사업에 가장 큰 리스크, 위험은 돈 문젭니다. 공장 하나 짓는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갑니다. 4년 전에 뉴스에 나왔던 영상인데, 이거 짤로 보신 분들 많으시죠.

반도체 공장을 찾아왔던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이재용 삼성 회장이, "저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 돈이면 인천공항 3개를 짓습니다"라고 홍조를 띠면서 말하는 장면입니다.


대한민국 1위 재벌 회장도 흥분시키는 게 반도체 공장입니다. 하나에 20조에서 30조가 들어가는데, 2030년까지 삼성은 3개까지도 더 지어야 됩니다. 백 조원까지 들어간다는 거죠. 그런데 반대로 읽으면, 공장이 세워졌는데 뭔가 잘못되면, 그 이자에 유지비용 등등을 생각하면 몇백억 몇천억 손해가 확 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일반 공장은 오늘 장비 다 끄고 퇴근했다가 며칠 있다가 돌려도 되지만, 반도체는 공정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계속 돌려야 됩니다. 멈추면, 고장 나면, 혹은 안 팔리면, 회사 전체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 이런 상황에서, 삼성 SK에 이어서 세계 3위 반도체 회사인 미국 마이크론이, 1,2위를 쫓아가기 위해서 대규모 투자를 또 시작했습니다. 미국 뉴욕에 26조 원 규모 공장을 짓기로 했고, 앞으로 천억 달러, 130조 원 넘게 더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우리도 한국처럼 돈 쥐어주겠다"고 나서니까, 애국 투자를 결정한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이 투자가 현명한 것이냐는 건 시작부터 논란입니다. 우리도 미국에 반도체 공장 짓죠. 대만도요. 그런데 본진은 한국과 대만에 두고, 미국에는 필요한 정도만 짓는 게 현실입니다. 왜냐면 한국보다 공장을 싸게 돌릴 수가 없거든요.


미국 반도체 협회의 분석으로도 한국과 대만보다 20% 이상 생산비가 올라갑니다. 인건비, 건축비용 다 문제예요. TSMC 같은 경우는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면 100%, 값이 2배가 뛴다는 이야기까지 내놓을 정돕니다. 삼성 SK의 '한국산 메모리'와 가격 경쟁에서 약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중국이 등장합니다. "어이 너네만 우리 괴롭힐 수 있는 거 아니야. 우리도 한 칼 있어"라고 말이죠. 대규모 투자에 들어간 마이크론을 괴롭히기로 한 겁니다.


"마이크론 물건, 확 수틀리면 우리가 안 살 수 있다" 이런 카드를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크론은 전체 매출에 25%, 4분의 1을 중국에 팝니다. 이게 흔들리면, 마이크론 회사가 전체가 휘청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가 나온 겁니다.


"중국이 마이크론 물건 안 산다고 해도, 한국 너 네가 그 물량 채우지 말아라"하는 압력을, 미국이 우리한테 넣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의 마이크론'을 지키기 위해서 미국이 나선 거죠. 세계 1,2위 반도체 회사가 물건을 안 팔면, 중국도 나서기 힘들 거라고 보고요.

뭐 그런데, 우리가 미국과 안보는 동맹이지만, 경제는 아니죠. IRA 전기차 건도 그렇고, 우리가 손해 보는 경우도 많았잖아요. 아주 솔직히 경제적으로만 보면, 우리 입장에선 중국이 마이크론 때리는 게 나쁘지 않습니다.


마이크론이 세계 물량의 23%를 차지하는데, 그중에 4분의 1, 중국에 가는 6%를 우리가 더 집어 오면 그것도 이득이고, (미국이 방해하더라도 돌아서 중국에 반도체를 팔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방법까지 내놓지는 않겠지만요) 그것 때문에 마이크론이 흔들리면, 솔직히 더 좋습니다.

아주 크게 보자면, 경쟁자가 없는 메모리 반도체 최강국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미국, 중국이 싸우는 상황에서 생존만 걱정하는 걸 넘어서, 돌파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그치면 안 되죠. 이번엔 미국을 지렛대 삼아서 중국도 견제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중국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려는 건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편에 말씀드린 대로, 중국은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쓸 책상, 연필, 공책을 모두 뺏긴 상탭니다. 반도체 설계 프로그램, EUV 장비, 필수 재료를 다 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하 급의 반도체들은 계속 개발하고 만들 겁니다.

미국도 싼 'made in china' 제품은 계속, 그것도 엄청나게 사서 쓸 생각이고, 따라서 그 자신들이 사 오는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반도체 개발은 허락하겠다는 입장이니까요.

중국은 일단 그 정도 반도체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반도체 장비와 재료들을 직접 개발하면서 기초체력을 다질 걸로 예상이 됩니다. 사실 그것도 무섭습니다. 그 정도로도 군사적으로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고요, 시장도 크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양을 계속 찍어낼 겁니다. 반대로 우리 입장에선, 지금처럼 중국에 반도체를 팍팍 파는 상황이 끝나간다는 의미도 되고요.


이게 미국 반도체 협회가 2030년까지, 세계 시장에서 국가별 반도체 점유율 흐름을 예측한 그림입니다. 중국이 2020년에 15%에서 2030년엔 24%로 훅 커집니다. 반대로 우리는 여기에 태클을 걸어야 하는 거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중국이 반도체 기술을 아무리 자체 개발해도, 한국, 미국, 일본 등이 갖고 있는 특허를 다 피해 갈 수가 없을 겁니다. 국내에서 그냥 모른 척하고 쓰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라 밖으로 가지고 나오는 것만 줄여도 우리에게는 이득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범주 기자news4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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