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와 로키타’, 그들의 노래를 들어라[MD칼럼]

2023. 5. 2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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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명동의 씨네톡]

아프리카계 이민자인 로키타(졸리 음분두)는 토리(파블로 실스)와 벨기에에 함께 도착했지만, 토리만 체류증을 받아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혈연 관계임을 증명하기 위해 거짓말을 만들어내도 소용이 없다. 당국은 로키타의 말을 믿지 않고 유전자 검사를 요구한다. 고향에 돈을 보내줘야하는 로키타는 마약 배달을 겸하고 있는 피자 가게의 사장을 통해 밀실에 갇혀 대마를 재배하는 위험한 일에 나선다.

다르덴 형제 감독의 ‘토리와 로키타’는 유럽사회에서 난민과 이민자 등이 범죄 조직에 가담하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시스템의 부당함을 고발한다. 도시의 변두리에서 범죄자들에게 쫓기며 목숨을 걸고 도망가야하는 토리와 로키타의 삶은 가슴을 조여오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의 외양을 띠며 점점 벼랑 끝으로 향한다. 약자가 관료주의의 벽에 막혀 생의 막다른 길로 내몰리는 과정은 사회 시스템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를 드러낸다.

‘아들’ ‘더 차일드’ ‘로나의 침묵’ 등이 개인의 딜레마에 집중했다면, ‘자전거 탄 소년’ ‘내일을 위한 시간’ ‘언노운 걸’ ‘소년 아메드’ 등 최근작으로 올수록 다르덴 형제 감독은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희생당하는 인물을 보듬는다. 그리고 사회가 그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손을 잡아줘야한다고 강조한다. ‘자전거 탄 소년’의 소년 시릴, ‘내일을 위한 시간’의 산드라, ‘언노운 걸’의 신원미상의 소녀, ‘소년 아메드’의 광신도 아메드, ‘토리와 로키타’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두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우리의 영화에서 카메라는 인물들을 잠시 찍고 사라지는 개념이다. 카메라가 사라져도 그들의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과연 그렇다. 주로 인물의 뒤와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거나 따라가는 그들의 카메라 연출은 건조한 미니멀리즘으로 위기에 처한 인물을 담아낸다. 어떤 장식이나 스타일도 없이 두 감독은 주인공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토리는 나중에 어떻게 될까. 그가 벨기에 사회에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을까. 극중 로키타는 노래를 부른다. 지옥같은 현실을 버티게 해주는 작은 위안이었다. 로키타의 노래는 계속 불려져야하고, 이 사회는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로키타는 토리에게 “넌 참 다정한 아이야”라고 말하는데, 소년의 다정함은 우리가 배워야할 최소한의 인간성이다. 그것은 두 노장 감독의 간절한 소망이다.

[사진 = 영화사 진진]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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