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문재인 이어 박원순 다큐까지…‘포장’ 한다고 진실이 감춰지나 [핫이슈]

박정철 기자(parkjc@mk.co.kr) 2023. 5. 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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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첫 변론’ 포스터 [제공 =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및 사망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의 7월 개봉을 앞두고 논란이 거세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 등에서 이미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인정했는데도 이를 부인하는 내용이 담긴 탓이다.

이것은 당시 성폭력 피해자에게 잊고 싶은 악몽을 떠올리게 해 또다시 고통과 아픔을 안기는 2차 가해나 다름없다.

하지만 사건 당시부터 박 전 시장을 두둔해온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모른체 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첫 변론’이라는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는 2021년 오마이뉴스 기자가 박 전 시장 측근 등 50여명을 인터뷰해 쓴 책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박 전 시장은 2020년7월 성추행 혐의로 여비서로부터 고소당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이와 관련해 “이제 남아 있는 사람들이 박 전 시장을 변호하려 한다”며 “지금 벌어지는 2차 가해논쟁은 비생산적이고 비합리적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시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책을 쓴 오마이뉴스 기자도 “박 전 시장이 했던 성적 언동이라는 것은 피해자 머릿속에만 있는 것으로 탁상공론만 하고 있다”며 박 전 시장을 감쌌다.

최근 공개된 다큐멘터리 예고편에도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는 측근 인터뷰가 나온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국가인권위는 피해자 면담조사와 50여명 넘는 서울시 전현직 직원 조사, 서울시 경찰 검찰 청와대 여성가족부 등이 제출한 자료 분석을 통해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박 전 시장 유족이 “인권위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도 지난해 11월 “인권위 결정이 적법하다”며 패소판결했다.

더구나 법원은 당시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존경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한 것은 대답하기 곤란한 성적언동을 피하고자 하는 수단적 표현일 뿐”이라며 “이런 점이 성희롱피해 판단의 장애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박 전 시장측이 피해자의 일부 언행을 꼬투리잡아 박 전 시장의 결백을 주장하고 억울한 희생양처럼 몰아가려는 상황을 막으려 선을 그은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가 개봉하면 지난 3년간 고통을 잊으려 안간힘을 써온 피해자에게 또 다시 씻기 힘든 상처를 줄 게 뻔하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도 “다큐는 명백한 2차 가해이자 피해자에게 엄청난 위협”이라며 “악의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도 “다큐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 단정적으로 언급하긴 어렵지만, 근거없는 비난 등으로 피해자 고통이 가중된다면 2차가해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인권과 정의를 부르짖던 민주당과 참여연대는 정작 박 전 시장의 성폭력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게다가 참여연대는 한동훈 법무장관이 “참여연대가 명백한 약자인 성폭력 피해자를 비판하는 박원순 다큐에 대해 빈말이라도 한마디를 못하는게 약자보호인지 묻고 싶다”고 하자, “사전검열과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하는 발언으로 탄핵수준”이라고 발끈했다.

하지만 이같은 참여연대의 반응이야말로 생뚱맞다.

법무장관이 국가기관의 객관적 조사와 법원 판결을 뒤집고 박 전 시장을 미화하려는 일각의 문화적횡포와 시민단체의 수수방관을 지적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처사다.

오히려 법무장관이 진실과 동떨어진 다큐멘터리 개봉을 거들고 시민단체의 응원을 독려했다면 그것이야말로 법치를 훼손하고 정의를 짓밟는 행태다.

그런데도 참여연대가 한 장관의 적법한 발언을 놓고 ‘탄핵’운운하며 날선 공격을 한 것은 스스로 제 발이 저리는 격이다.

박원순 다큐멘터리처럼, 전 정권의 잘못과 과오를 숨기고 진실을 왜곡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은 지난해 ‘그대가 조국’, 올해 ‘문재인입니다’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과거 비리와 허물을 사죄하고 뉘우치는 ‘참회록’을 써도 시원찮을 마당에 오히려 특권과 반칙, 정책 무능, 위선과 내로남불 등 자신들의 잘못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를 경쟁하듯 만드는 것은 다수 국민들을 우롱하는 파렴치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다큐멘터리에서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져 허망하다”며 윤석열 정권 탓을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삭제하기도 했다.

이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실을 덮어 정국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도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려는 정략적 꼼수나 다름없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진실하지 않으면 말하지 말고 적절하지 않으면 행하지 말라”며 “고의로 거짓말을 하고 기만함으로써 부정한 짓을 저지르는 자는 불경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합리적 양식과 이성을 가진 국민들이라면 이런 혹세무민의 다큐멘터리에 속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준엄하게 꾸짖을 것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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