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총탄에 뚫리는 방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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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쯤 신형 전투화에 물이 새는 문제가 논란이 된 적 있다.
당시 군 관계자는 "물이 새는 전투화는 7년 전부터 논란이 돼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둘러댔다.
이런 성능 미달 방탄복이 무려 5만벌이 넘고 제작비로 100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감사원 시험에서 방탄 소재를 덧대지 않은 방탄복 중앙부를 사격해 문제를 발견한 것은 규정 위반 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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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말 계룡대 근무지원단 납품 비리 사건 수사 결과 발표는 이런 군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였다. 당시 국방부 특별조사단은 범죄 혐의가 드러난 현역과 군무원 등 총 31명을 사법 처리하면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회계·물품 관리 담당자들이 선납, 수의계약 남발, 검수 및 물품 관리 부실 등 조달 관계 법령 위반 행위로 6억7000만원 상당의 국고 손실을 초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 민간 제품과 대등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군수품에 대한 불신의 벽은 높다.
작년에 군 장병들에게 지급된 방탄복이 불량이라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시험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총알이 관통되거나 심한 변형이 생겼다고 한다. 이런 성능 미달 방탄복이 무려 5만벌이 넘고 제작비로 100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방탄복 제작 업체가 품질 시험 때 방탄 성능을 측정하는 3개 부위에만 방탄 소재를 추가로 6겹 덧대는 ‘꼼수’를 쓰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의 국방과학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는 이를 알고도 방탄복 제조·납품을 승인했다니 할 말을 잃는다.
감사원은 성능이 떨어지는 방탄복을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고, 해당 업체는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등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그러자 품질을 점검하는 국기연은 입장 자료를 내고 “감사원의 방탄 성능 시험은 구매 요구서의 시험 방법 및 기준과 다르게 수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감사원 시험에서 방탄 소재를 덧대지 않은 방탄복 중앙부를 사격해 문제를 발견한 것은 규정 위반 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실전에서 총탄은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다. 장병 안전과 생명은 뒷전이고 규정만 따지는 탁상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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