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우의시네마트랩] 30년, 혹은 어떻게 물러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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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종국 운영위원장의 임명과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사퇴, 이용관 이사장의 사의 표명 등 부산국제영화제가 내홍을 겪고 있다.
조직의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벌어진 이 일을 계기로 한국 영화계의 어떤 거시적인 흐름을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로 28회를 맞이하고 영화제가 거의 30년 가까이 되었다는 점은 이와 궤를 같이하는 한국 영화계의 구조와 문화도 그 정도 되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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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되돌려서 30년 전은 한국 영화계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난 때였다. 당시까지 1960년대 이전에 영화계에 입문한 구세대 영화인들, 지방 극장과 흥행업계를 대표하는 중간업자들, 국가 시책에 적극 협조해서 대종상을 수상하고 받은 외화수입권으로 수익을 올리던 기존 충무로 영화 제작·배급 업자들이 한 축을 이루었다. 한편, 1980년대에 영화산업에 입문했거나 영화운동 등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실천을 주도했던 젊은 신진 세력은 비디오의 시장성과 영상산업에 진출한 대기업, 그리고 새로운 투자자와 연합했다. 이런 연합은 당시에 새로 생긴 영화기획사를 통해서 매개되었다.
당시 구세대와 신세대는 각종 영화 정책 관련 현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1990년대는 유선방송이 실시되고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며 디지털화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영화업계를 둘러싼 산업, 기술적 환경이 변했고 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구세대 영화인은 영화계에서 사라져 갔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들어 계속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충무로 영화인은 임권택 감독과 정지영 감독 정도였다.
미국영화사에서도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30년을 고전적인 할리우드 시대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구세대 시대도 30년 정도 지속되었다. 구세대의 퇴장과 더불어 영화업계의 주도권을 차지한 당시 신세대는 지난 30년 동안 미국 영화와 홍콩 영화가 지배하던 국내 시장을 되찾아왔고, 한국 영화의 성장과 세계화를 이루어 냈다. 이제는 넷플릭스의 지배와 극장의 몰락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었다. 변화한 상황에서 한국 영화를 이끌어 갈 차세대 영화인을 발굴해 바통을 넘겨주는 것을 고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바통 터치가 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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