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이코패스 범죄도 심신미약에 해당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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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 내부 이야기를 담은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출간 때 10명 중 9명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나쁜 사람은 아픈 척해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정작 아픈 사람은 안 아픈 척해 치료받지 않으려 하니 그것을 지켜보는 정신과 의사로서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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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차승민/아몬드/1만6800원
“술을 마신 사람도 심신미약이 맞나요?”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모두 심신미약 처분을 받나요?” “심신미약을 받으려고 일부러 속이려 드는 환자를 어떻게 알아보나요?”
사람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심신미약’은 형법 제10조 제2항에 명시됐다.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 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감경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1953년 10월18일 처음 형법이 만들어질 당시에만 해도 ‘감경한다’고 명시했지만 2008년 미성년자를 강간하고도 술을 먹었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받은 ‘조두순 사건’과 2018년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을 거치며 ‘의무 감경’은 폐지됐다. 심신미약을 인정받아도 무조건 감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저자는 실제 사례를 들어 심신건재와 심신미약, 심신상실 판정 기준과 판결에서의 활용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환청을 흉내 내기 위해 허공에 대고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는 ‘연기’를 한 범죄자, 평소 조현병을 앓은 건 사실이지만 살인과 성폭력 시도 과정에서는 온전한 판단력을 보였던 환자, 거짓 반성문을 제출하며 형량을 줄여 보려고 노력하다가 어느 순간 ‘진심’을 노출한 사이코패스 등은 모두 심신미약에서 제외된 사람들이다.
음주는 어떨까. ‘술에 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변명은 어디까지 용인 가능한 것인가. 음주 시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다시 술을 먹고 범죄를 저지른 ‘자발적 음주’는 재판관이나 정신과 의사나 ‘심신건재’로 결론 내리는 추세다. 술 마시고 수시로 아버지를 폭행하고, 협박 문자 등을 보내는 ‘패악질’을 반복하다가 술을 핑계로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이 심신건재 판정을 받은 이유다. 이와 달리 시작은 술일지라도, 술로 인한 2차적 정신병이 있을 경우에는 달리 취급되는 사례도 있다.
정신 감정이 범죄자 도피를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님에도 대중의 시선이 싸늘한 이유에 대해 저자는 “정신 감정의 표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신뢰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준을 표준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쁜 사람은 아픈 척해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정작 아픈 사람은 안 아픈 척해 치료받지 않으려 하니 그것을 지켜보는 정신과 의사로서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전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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