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일본 민낯 파헤친… ‘토지’ 박경리의 육필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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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두철미 반일 작가입니다."
작가는 일본의 신화와 문학 분석을 통해 제국주의에 대한 열망과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태도가 칼의 문화와 인간이 신격화한 '천황(일왕)제'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통찰한다.
작가는 벌써 오래전이 돼 버린 집필 당시 일본에 대한 거론 자체를 '촌스러운 몸짓'으로 보는 분위기에 대해 "과거 강자(일본)의 논리가 아직 건재해 있음을 의미한다"며 글을 쓰는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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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고/박경리/다산책방(북스)/1만6700원
“나는 철두철미 반일 작가입니다.”
작가는 일본의 신화와 문학 분석을 통해 제국주의에 대한 열망과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태도가 칼의 문화와 인간이 신격화한 ‘천황(일왕)제’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통찰한다.
작가는 벌써 오래전이 돼 버린 집필 당시 일본에 대한 거론 자체를 ‘촌스러운 몸짓’으로 보는 분위기에 대해 “과거 강자(일본)의 논리가 아직 건재해 있음을 의미한다”며 글을 쓰는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일본이 히로시마 원폭 투하와 관련해 대대적인 추모 행사를 열어 피해자 행세를 하면서, 정작 만주 대학살이나 식민 탄압을 교과서 등 역사에서 지워 버리는 이중성을 경계했다.
책에는 1990년 8·15를 앞두고 일본의 역사학자인 다나카 아키라가 한국의 통속민족주의를 비판한다며 ‘신동아’에 기고한 글과 이에 대한 작가의 반박 전문도 실려있다.
당시 다나카는 “한국 측이 침략의 역사를 들고 일본을 규탄하고 일본 측은 오로지 사죄해 보인다는 관계는 금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다만 규탄의 소리는 점점 소구력·타격력을 잃어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노태우정부가 일본의 사죄 문제를 거론한 것과 관련해 “가슴 속 깊이 사무쳐 있는 일제 지배에 대한 통분의 염, 즉 마음의 문제를 일·한 정부의 교섭이라는 차원으로 끌어내렸다고” 면박을 줬다.
작가는 다나카나 일본이 ‘사죄해 보일 뿐’, 사실은 전혀 사과의 뜻이 없음을 그리고 이를 요구하는 한국을 오히려 나무라는 글의 의도를 간파하고, 이 “시정잡배나 하는 수작”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일본의 태도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0년 만에 개정돼 출간된 책은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고, 그의 시각이 시대에 걸맞지 않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판단은 적어도 작가의 글을 읽어 본 후 내려야 합당하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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