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고국이 힘없어 함께 못했다"…원폭 피해자 "맺힌 아픔 풀려"

"모국 얼마나 변했는지 보시라" 동포 한국 초청
 호주, 베트남과 정상회담 잇달아 개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히로시마 한 호텔에서 열린 히로시마 동포 원폭 피해자와 만나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이들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뉴시스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일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히로시마 동포 원폭 피해자를 만나 "고국이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정말 깊은 사과를 드리고, 다시 한번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7시께 김건희 여사와 함께 히로시마에 거주 중인 원폭 피해 당사자와 후손 20여 명을 만나 "동포들이 원자폭탄 피폭을 당할 때 우리는 식민 상태였고, 해방, 독립이 되었지만, 나라가 힘이 없었고, 또 공산 침략을 당하고 정말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동포 여러분들이 이렇게 타지에서 고난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 국가가 여러분 곁에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출범하는 재외동포청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은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우리 재외국민 위주로 보호, 지원 업무를 했지만 재외동포청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현재 대한민국 국민이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한국 동포면 누구나 아주 체계적으로 지원과 보호의 대상으로 하고, 한국어가 서툰 우리 동포들에 대해서는 한국어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고국 문화교류와 방문에 있어서도 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설했다.

아울러 이날 만난 히로시마 동포 원폭 피해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윤 대통령은 "히로시마에 피폭 동포와 그분들의 가족, 함께 애를 쓰셨던 민단과 많은 동포 관계자분들께서 조만간에 꼭 한국을 한번 방문해달라"면서 "오랜만에 고국에 오셔서 모국이 그동안 얼마나 변하고 발전했는지 꼭 한번 가까운 시일 내에 보시기 바란다"고 했다.

피폭 당사자이기도 한 권양백 前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 이설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당초 공원 밖에 있던 위령비를 공원 안쪽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히로시마현과 히로시마시 지자체와 뜻있는 일본인들의 협조를 받아 해결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피폭자의 한사람으로서 죽으면 위령비에 들어갈 사람이다. 오늘 윤 대통령의 위로를 하늘에 계신 선배님들께 꼭 보고드리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이도운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피폭 2세인 권준오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윤 대통령이 78년 만에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를 찾아 주어 마음에 맺힌 아픔이 풀렸으며 동포사회에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방일 첫날부터 두 번의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각각 양자 회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한편 윤 대통령은 원폭 피해자 면담에 앞서 호주, 베트남과 각각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5시 30분께 앤소니 알바니지(Anthony Albanese) 호주 총리를 만나 인도-태평양 전략 과정에서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양 정상은 또 핵심광물 교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국방, 방산 분야에서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어서 오후 6시께 윤 대통령은 팜 밍 찡(Pham Minh Chinh) 베트남 총리와 만나 베트남이 한국의 3대 교역국임을 언급하면서, "2030년 교역 1500억불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ODA(공적개발원조),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사업 등 한국의 對베트남 개발협력을 확대해 나가며, 국제무대에서도 양국이 함께 협력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찡 총리는 한국을 매우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면서, "한국과 전략적 공조와 협력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고 이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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