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은 흉악범의 단골메뉴?[책과 삶]

오경민 기자 2023. 5. 1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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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
차승민 지음
아몬드 | 234쪽 | 1만6800원

‘또 심신미약이야?’ 뉴스에 보도된 강력범죄 피의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할 때마다 분노하는 이들이 많다. 흉악 범죄를 저지른 이가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가벼운 형벌에 그칠까 우려하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에서 5년간 정신질환자를 돌보는 일을 해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차승민이 심신미약과 정신감정을 둘러싼 오해를 푼다. 그는 치료감호소에서 일하며 230건 넘는 형사정신감정을 했다.

저자는 ‘정신감정을 하러 오는 피의자들이 일부러 아픈 척하며 속이려 들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정말 심신장애 판정을 받기 위해 연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의사에게도 노하우가 있다. 그는 “상당히 많은 ‘진짜’를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어설픈 가짜를 만나면 ‘어라’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촉이 발동한다”고 말한다. 전문가인 의사의 판단도 있으며, 이 판단도 증거로 받아들여져 판사가 최후판단을 한다.

그는 ‘조현병 환자는 무조건 심신미약 판정을 받을까’ ‘술 마시고 저지른 범죄도 심신미약일까’ ‘치매 환자의 범죄는 어떻게 취급할까’ 등 대중이 가질 만한 의문에 답한다.

저자는 정신감정은 감형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게 하고 재범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한계도 지적한다. 형사정신감정은 정신건강의학에서 소외된 분야다. 기반이 취약하고 지원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정신감정의 기준이 아직 충분히 면밀하고 세부적이지 않아 더 여론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거나 조현병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범죄자의 변명을 보며 화를 내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은 후, 좀 더 새로운 관점에서 뉴스를 들여다볼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고 썼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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