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출근길, 쳇바퀴 같은 일상…마법 같은 하루로 안내된다면[그림책]
달리다 보면
김지안 글·그림
웅진주니어 | 80쪽 | 1만6800원
삐비빅 삐비빅.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을 힘겹게 끈다. 무거운 눈을 겨우 뜨고 찌뿌드드한 몸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오늘 따라 뚜고씨의 출근길은 유난히 피곤하다. 하늘은 맑고 상쾌하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한강의 윤슬도 파릇한 신록도 들어오지 않는다.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앞차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갈 뿐이다.
그때 “띠롱, 새로운 경로로 안내합니다” 내비게이션 기계음이 울리고 차는 한적한 길로 접어든다. 갑자기 먹통이 된 내비게이션에선 노란 별 모양의 요정, 노별이 튀어나온다. 도로 정체에서 벗어나 홀린 듯 터널을 통과하자 쏟아지는 햇살 아래 꽃과 나무가 빛난다.
뚜고씨는 노별이 이끄는 대로 포근한 구름 침대에서 깊이 잠들고 오랜만에 개운함을 느낀다. 그러곤 ‘지상 최대의 식당’에서 멸치볶음, 달걀말이, 김 싼 밥처럼 특별할 것 없는 집밥을 먹고 든든해진다.
“근데, 그 회사라는 곳 말이야. 거의 매일 가는 것 같던데, 왜 가는 거야?” “왜 가긴, 일하고 돈 벌러 가지.” “일은 왜 하고 돈은 왜 벌어야 하는데?” “잘 먹고 잘살려고 하지.” 노별의 질문에 퀭한 얼굴로 답하던 뚜고씨가 문득 깨달은 표정이다.
일상을 살다보면 잊어버리는 일들이 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는 일 같은 것들이다. 뚜고씨는 마법 같은 하루를 보내며 삶 속에서 놓쳤던 것들을 하나씩 되찾는다. 얼떨결에 지나온 터널 밖 세상에선 고양이 얼굴이 달린 전봇대, 참새 모양의 나무, 핫도그 모양 구름이 반겨준다.
<달리다 보면>은 귀여운 것으로 가득하다. 책장을 넘기며 평범한 풍경 속 숨은 귀여움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작가는 책 곳곳에 작고 소중한 귀여움들을 숨겨놓았다. 숨은그림찾기 놀이를 하듯,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작은 반짝임을 찾아보자고 말하는 것 같다. 미소가 지어진다. 역시 귀여움은 힘이 세다.
유수빈 기자 soo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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